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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찬스 아니다"…이순호, 첫 출근길 '尹낙하산' 정면 반박

■신임 예탁원장 부산 본사 첫 출근

출근 저지 나선 노조와 10여분간 실랑이

尹캠프 출신에 김소영 동기 '낙하산' 논란

"증권 경력 없다" 노조 비판에 적극 반박


이순호(사진) 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이 첫 출근길 저지에 나선 노동조합을 향해 “‘친구 찬스’로 사장이 된 게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 ‘낙하산 논란’을 정면 반박했다.






이 사장은 3일 부산 본사 앞에 진을 친 노조가 “비전문가인 데다 관련 경력도 없는 실장급 연구원이 어떻게 예탁원 사장이 됐느냐”고 몰아붙이자 “예탁원 업무에 관심이 있어서 사장직에 지원했고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선임됐다”고 강조했다. 제해문 예탁원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50여 명의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부산 본사 앞에 집결해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다. 8시 30분께 본사에 도착한 이 사장은 10여 분간 노조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본사 사무실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그는 발길을 돌려 인근의 사무실에서 첫 업무 보고를 받았다.

예탁결제원 노조가 3일 부산 예탁원 본사 앞에서 이순호 사장 취임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 제공=예탁원 노조예탁결제원 노조가 3일 부산 예탁원 본사 앞에서 이순호 사장 취임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 제공=예탁원 노조



이 사장은 노조에 “친구 찬스를 쓰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86학번 동기라는 학연 덕분에 사장직을 꿰찼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사장은 또 “회사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며 신임 사장으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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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 출신인 이 사장은 자본시장 관련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지난달 22일 도병원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와 박철영 예탁결제원 전무이사 등을 제치고 최종 후보로 발탁됐다. 탈락한 두 후보는 각각 펀드매니저와 내부 임원 출신으로 이 사장과 달리 주식·채권·예탁 등 예탁원 담당 업무에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사장은 10년 만에 나온 비(非)관료 출신 예탁원 수장이기도 하다.

예탁원은 논란을 뒤로 하고 지난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 사장 선임에 대한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금융위원회도 2일 곧바로 이를 승인했다. 이 사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2026년까지 3년간이다.
예탁원 노조는 그간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이 사장 선임을 적극 반대해왔다. 노조 측은 이 사장이 지난해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점이 이번 인사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을 맡았다.

노조 측은 이 사장의 리더십 역량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에서 약 18년간 팀장급 연구원으로만 일했기에 조직 운영 경험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논리다. 제 위원장은 “이 사장은 대부분 금융위 1급 출신이었던 전임 사장들보다 기존 직급이 너무 낮다”며 “지휘 감독 등 행정 경험이 전혀 없어 1000여 명의 직원을 지휘·통솔하는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경력 때문에 이해 상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자회사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예탁원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수천억 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인 탓이다. 잡음이 일자 이 사장은 지난달 17일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았다.

노조 측은 앞으로도 계속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제 위원장은 “증권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 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대선 캠프 인수위원을 지낸 데 따른 ‘보상’이라는 의혹을 거둬들이기 힘들다”며 “그동안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사장 측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을 때까지 출근 저지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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