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학폭) 유형 중 언어폭력 피해를 본 학생 3명 중 1명은 피해 사실을 부모님이나 학교, 상담 기관 등에 알려도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경향이 강했지만, 실제 도움받았다는 정도는 고등학교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언어폭력을 당한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한 학생(3만9396명) 가운데 35.3%(1만3889명)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해결됐다’고 답한 비율(41.1%·1만6208명)보다 낮았다.
교육개발원은 지난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전북 제외)이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폭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분석했다.
학폭 피해 유형에 따른 피해율을 살펴보면, 모든 학교급과 성별에서 언어폭력의 피해율이 41.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신체 폭력 14.6%, 집단 따돌림 13.3%, 사이버 폭력 9.6% 등의 순이었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언어폭력을 비롯한 전체 학폭 피해율은 감소했다. 반면 피해 빈도와 피해로 인해 느끼는 힘든 정도는 증가했다. 또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경향이 두드러졌지만(초등학교 89.9%, 중학교 93.0%, 고등학교 95.0%) 이후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은 고등학교에서 가장 낮았다.
피해 사실을 알린 후 도움 받은 정도를 5점 만점으로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은 평균 3.57점, 중학교는 3.59점으로 나타났으나 고등학교는 3.35점에 불과했다. 여학생의 경우 도움받은 정도가 3.46점으로 남학생(3.63점)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폭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낙마하면서 언어폭력의 심각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언어폭력이 ‘정신적 폭력’으로 물리적 폭력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언어폭력이 실제 사이버 폭력이나 물리적 폭력 등 2차 가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논란을 계기로 학폭 근절 대책을 수립 중인 정부에 대해 실효성 있는 조치를 마련해 피해 학생을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 가족협의회 회장은 연합뉴스에 “학폭 피해 징후를 보이는 아이에게 어떤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몰라 보호자들이 오히려 문제만 키우고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교사, 학부모가 적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