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해부터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과 사업리스트를 6개월마다 공개합니다. 지난달 28일 그 첫 리스트가 공개됐는데요. 지금까지는 입주 물량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지표가 없었어요. 건설사별로 제공하는 정보를 모아서 물량을 추정치로 알려주는 업체들도 있었지만 건설사 사정에 따라 수치가 왔다갔다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정부의 분양 승인 정보와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사업장 정보를 모아 정확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6개월에 한 번 발표하는 통계지만 그래도 민간 업체의 정보에 비해 정확하고, 향후 2년 간의 공급 물량까지 알려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내 집 마련이나 이사를 계획하시는 분들에겐 꽤 참고가 될 듯 한데요. 과연 이번에 어떤 정보들이 공개됐는지, 어떻게 참고해야하는지 <코주부>와 함께 알아보시죠!
서울 입주 아파트, 예년보다 1만 가구 이상 감소
먼저 올해 서울시에 아파트가 얼마나 공급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총 3만4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이중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1만9000가구, 나머지 물량은 공공주택이나 역세권 청년주택 등으로 공급됩니다. 내년에는 입주 예정 물량이 조금 더 늘어 3만9000가구로 잡혀있습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의 입주예정물량은 지난 5년간 공급된 연평균 대비해서 1만 가구 이상이나 줄었습니다.금리 인상, 원자재 값 급상승 등 외부환경 요소 영향이라는 설명입니다.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 집값이 오르기 마련이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요즘 분위기가 그렇지 않죠.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고 금리도 여전히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공급 물량 감소로 인한 집값 변동은 크지 않을 걸로 예상됩니다. 다만 임대차 시장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전월세 가격은 입주물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거든요. 아파트 입주물량이 계속해서 줄어들면 전월세 가격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
입주 몰리는 곳에 전셋값 떨어진다
자, 그럼 이런 통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내 집 마련을 꿈꾸시는 분이라면 이 자료를 보며 입주권 전매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기에, 입주 예정자 가운데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서울시 전역의 규제지역이 해제돼 입주권 전매가 가능해졌으니 이렇게 나오는 물건이 있다면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적절한 가격인지는 판단이 필요하겠죠. 입주권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보유한 입주 권한으로 통상 거래시 프리미엄이라며 웃돈을 붙여 매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조합원 물량은 이른바 로얄층, 인기 평형이라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죠. (가격만 따지자면 청약 따라올 거래는 없음...)
매수자 희망자보다 입주 통계를 더 눈여겨 봐야 하는 사람, 바로 세입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전월세 가격은 입주 물량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입주가 몰리면 해당 단지는 물론 인근의 전셋값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2018년 9510가구 규모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때에도 인근 전셋값이 출렁인 바 있죠.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무더기로 전세를 내놓는 경우가 많거든요. 기한 내에 잔금을 치러야하기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을 부를 가능성도 높고요. 이런 타이밍을 잘 이용하면 세입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임차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올해 서울에서 입주 물량이 가장 큰 단지, 짚어보겠습니다. 강남권 물량이 상당한데요. 서울 전체 입주 물량의 무려 27%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그 중에서도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가 3,375가구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이어 신반포3차·23차·경남도 총 2,990가구의 대단지로 재건축돼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재개발 단지 가운데는 흑석 3구역(1772가구), 수색13구역(1486가구), 청량리4구역(1425가구) 등이 물량이 컸습니다. 즉 해당 단지를 포함해 인근 지역의 전월세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이사를 앞두신 분이나 임차 계약 연장을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이 자료를 참고해 보다 과학적(?)으로 이사 여부를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