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와 서점을 살리고 또 독자들의 편리도 도모하는 차원에서 완전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대신 서점을 중기 적합 업종에서 빼는 식으로 타협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윤철호(사진)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6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도서정가제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2월 출협 회장 선거에 당선된 후 이날 언론인들을 만났다. 윤 회장은 이번이 세 번째 임기다.
이날 주제는 최근 논란이 재점화된 도서정가제로 이어졌다. 도서정가제는 2014년부터 시행됐는데 정가의 최대 15%까지만 할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11월 재검토 시한을 앞두고 할인 폭을 늘리자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도서정가제는 국내 출판의 다양성을 확보한, 성공한 정책”이라며 “지난 1년간 약 7만 종의 책이 출판됐는데 이는 독일·일본과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도서정가제 완화를 반대하며 대신 서점 관련 규제를 푸는 것과 함께 패키지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서점이 중기 적합 업종 등으로 묶여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되고 있는데 이것을 풀어 자본의 유입을 원활히 하면서 서점들이 다양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며 “대신 할인을 없애는 ‘완전도서정가제’로 중소 서점의 마진을 확보해주는 방법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점은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돼 있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대형 인터넷 서점도 이런 규제에 묶여 신규 오프라인 서점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교보문고는 규제 이전에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 중이어서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여전히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제한한다는 논란이 있다. 서점에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것도 규제보다는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작지 않다.
윤 회장은 최근 불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인기에 대해 저작권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챗GPT의 확산은 독자는 물론 출판사에도 긍정적인 면이 많다”면서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저작권 침해를 방지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챗GPT가 기존 출판물에 근거해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므로 이를 생산한 출판사와 작가의 이윤을 확보할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K문화가 풍부해지려면 출판계가 더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출판계가 성장해야 한국의 문화적 토양 역시 풍부해진다고 믿는다”며 “출판계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해 내년 행사가 코엑스 측의 장소 사용 불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매년 6월께 열리는데 코엑스 측이 다른 행사 개최를 이유로 2024년 도서전 행사 장소를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국제 전시·박람회는 통상 1년여 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윤 회장은 출판사 사회평론 대표로 2017년부터 출협 회장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이번이 3연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