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도 둔화돼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의 영향이 점차 파급돼 소비와 건설 투자도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8일 발간한 ‘3월 경제동향’에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소비와 관련해 “소매 판매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도 완만해지는 등 소비가 둔화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소비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봤는데 이달 내수에 대한 경고음을 한층 키운 것이다. 실제 1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2.1% 줄어 지난해 12월(-0.2%)보다 감소 폭이 커졌고 서비스업 생산 증가 폭(5.9%)도 직전 달(6.7%)보다 둔화했다. 고금리 여파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탓이다.
금리 인상의 여파는 투자 심리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KDI는 “고금리 기조에 따른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건설 투자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1월 건설 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KDI는 “주택 경기 하락으로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향후 건설 투자의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월 주택 인허가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9%, 착공 건수는 17.2% 줄었다.
한편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KDI는 “대(對)중국 수출이 여전히 위축돼 있고 중국 실물 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실물 경기에 대한 중국 리오프닝의 긍정적 영향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천소라 KDI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중국 소비가 먼저 회복돼 생산이 늘면 그 후에야 반도체 경기도 다소 개선될 조짐을 보일 수 있다”며 “우리 경제에는 시차를 두고 (중국 리오프닝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르면 하반기에나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