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문래역 4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주택과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는 웅장한 건물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웅장한 건물 규모와 세련된 이미지 때문에 언뜻 보면 처음에는 주변과 이질적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개성을 최대한 자제한 외부는 주변을 대표하면서도 조화롭게 어울린다. 이 건물은 연면적 3만 평 규모의 대규모 지식산업 센터 ‘당산 생각공장’이다.
◇지식산업 센터 특성상 단순한 상층부 설계
이 건물은 지식산업 센터라는 목적 외에 설계 시 ‘사업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됐다. 이를 위해 상층부 및 외관의 개성을 최소화했는데 이는 입주사의 수요에 부응해 공실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아파트의 주호처럼 규격화한 실을 오차 없이 구현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무실로 채워진 공간은 건축주가 사업적으로 판단한 면적과 호수에 따르다 보니 다른 공간보다도 규격화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업성을 위한 상층부 설계는 건물 외관이 수평·수직적으로 단순한 형태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당산 생각공장은 최근에 지어진 대규모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아파트·주택과 조화로운 모습을 이룬다. 당산 생각공장 설계를 담당한 김동관 소장은 “번잡한 도심 풍경에 또 다른 얼굴을 내밀고 싶지 않았다”며 “당산 생각공장은 3만 평 규모의 건축물로 규모가 주는 ‘임팩트’ 자체가 크기 때문에 외관은 최대한 개성이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고 동서남북 사면도 최대한 부지 끝에 닿게 해 주변과 조화롭게 보이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외부 디자인 자체도 단순함을 추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층부터 시작되는 상층부 업무 시설은 컬러 로이 실버 유리와 간결한 루버 디자인으로 마감돼 일률적인 느낌을 준다.
◇저층부에 집중한 디자인…성큰을 통해 지하에 ‘메인로비’를 두다
상층부와 달리 당산 생각공장의 저층부는 화려하고 특성이 명확하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메인로비’가 이를 보여준다. 건물의 메인로비는 가장 상징적이고 중요한 공간이라 지상에 위치한 것이 일반적이지만 특이하게도 당산 생각공장은 지하 1층에 위치해 있다. 김 소장은 “처음 설계 당시 클라이언트의 요청은 1~2층 전체 면적을 상가로 분양하고 싶다는 것이었다”며 “단순히 비교하면 상가 임대료는 1층이 100만 원일 경우 2층은 50만 원으로 지하보다 비쌀 수밖에 없어 경제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례가 없는 지하 로비는 자연광을 유도하기 위한 공간인 ‘성큰’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구현됐다. 성큰은 기준 지평면보다 낮은 광장으로 지하에 위치한 로비의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덕분에 지하 공간임에도 쾌적한 환경을 가진 로비에는 지식산업 센터 입주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미팅 공간 및 회의실과 함께 헬스장·샤워장과 같은 생활 시설도 들어서 있다. 이외에도 성큰의 계단부 단차를 이용해 만들어진 무대에서 연주회, 영상 시청과 같이 다양한 이벤트도 가능하다.
또한 1층부터 4층까지는 디자인 블록이라는 콘크리트 벽돌을 쌓아 상층부와 다르게 개성이 뚜렷하다. 지하 1층 로비와 상가인 1~2층, 지식산업 센터를 지원하는 업무 시설인 3~4층은 투명 로이 유리로 만들어져 내부가 보이며 개방성 역시 강조된다.
◇지나가는 주민 누구나 방문할 수 있게 만드는 ‘길’
당산 생각공장 부지 내 외부 공간은 24시간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설계됐다. 이를 위해 도시의 흐름이 내부로 연장되도록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특히 외부 어느 곳에서든 건물 내 오픈스페이스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길은 방문 목적이 없던 주민들까지 지식산업 센터의 카페와 식당을 이용하게 만들기도 한다. 김 소장은 “당산 생각공장은 결국 상업 시설인 만큼 주변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물 내 위치한 외부 공간 역시 주민과 상업 시설의 만남에 도움이 되도록 구현했다. 김 소장은 “외부로부터의 길에서 연결된 각 상가 앞마당은 지그재그 형태로 된 포켓 공간이 있어 입주자들은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이를 접할 수 있게 된다”며 “수직적 길과 다르게 이런 형태는 시공하기 굉장히 힘들지만 주민과 상업 시설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뤄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부지 중간에는 마치 공원과 같은 모습을 하는 광장도 위치해 있다. 여기에는 당산 생각공장이 단순히 지식산업 센터를 넘어 인근 지역의 랜드마크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김 소장은 “공원과 같은 휴게 공간도 조성해 당산 생각공장이 새로운 유형의 지식산업 센터로서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장소가 됐으면 했다”고 언급했다.
◇‘보이드’를 통한 외부로의 확장
당산 생각공장은 건물 중간중간에 공간을 채우지 않는 ‘보이드’를 통해 내부에서 외부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이 덕분에 부지 안 어디서든 하늘과 같은 외부 풍경을 바라볼 수도 있다. 김 소장은 “마치 건물을 뚫어 놓은 듯한 빈 공간을 통해 단순히 밖을 바라볼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건축물과 외부 풍경 사이의 시각적 연결도 가능해진다”며 “특히 어떤 보이드는 아래가, 어느 것은 위가 비어 있어 바라보는 각도와 높이에 따라 보이드를 통해 당산동의 다양한 장면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다양한 공간에 외부 테라스까지 조성돼 있다. 테라스 층은 목재 데크와 철제 화단의 조화로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조성된 휴식 공간으로 활용된다.
김 소장은 “화려하고 과시하는 형태로 지식산업 센터라는 맥락에서 멀어지기보다 경제적이면서도 조화롭고 간결하며 합리적인 공간을 위해 특히 고민한 프로젝트였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