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신임 국민의힘당 대표의 첫 번째 과제는 ‘비윤계’ 끌어안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제대로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는 경선 과정에서 깊어진 갈등을 조속히 수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4선에 원내대표까지 지낸 베테랑 정치인의 정치력과 경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여권에 따르면 김 신임 대표는 지난 경선 과정에서 비윤계의 적지 않은 적개심을 양산했다. 나경원 전 의원과의 갈등이 봉합 모양새가 취해졌지만 ‘친윤 일방주의 당 운영’에 대한 비윤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여기에 경선 막판 불거진 ‘울산 땅 의혹’ 및 ‘대통령실 행정관 전당대회 개입 의혹’은 김 대표 임기 초반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자였던 안철수·황교안 후보가 의혹 제기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 후보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공수처에 고발하는 등 향후 친윤계에 굽히지 않고 확실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황 후보는 ‘대여 투쟁’이라는 강경한 단어를 꺼내 들기까지 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실 경선 개입에 문제를 제기한 점은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공정의 가치를 건드리는 측면이 있다”며 “친윤과 비윤의 힘겨루기는 경선으로 끝이 아닌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만의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서는 ‘윤핵관’의 그늘을 떨쳐내고 홀로서기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 대표의 당선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의 당 장악력이 커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김 대표가 ‘친윤 대리인’이라는 프레임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당의 중요 의사 결정마다 비주류의 반발이 불거질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당장 임기 시작과 함께 단행될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이 김 대표의 홀로서기 의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상 과제인 총선 압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천 과정에서부터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선 과정에서 상향식 공천을 약속한 김 대표이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도 여전히 감지된다. 전대 과정에서 수많은 여권 인사들에게 도움을 받은 점 또한 김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마다 후보들이 공천 약속을 하고 그것이 응축됐다가 ‘공천 갈등’으로 표출돼왔다”며 “반복되는 일종의 승자의 저주”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