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아시아 통화 가치와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다. 글로벌 달러 자금의 미국행(行) 전망에 힘이 실린 결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연준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 또한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8일 자정부터 상승세를 보이다가(엔화 가치 하락) 오후 1시 45분에 137.91엔을 기록했다. 역외 위안·달러 환율도 이날 한때 6.9971위안까지 상승해(위안화 가치 하락) 심리적 저지선인 ‘포치(달러당 7위안 대)’ 턱밑에 근접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은 각각 달러당 136.86엔, 6.9851위안이었던 전날 종가를 뛰어넘었음은 물론 연중 최고치도 새로 썼다.
엔화·위안화 약세는 파월 의장이 일본·중국 시간 기준 이날 새벽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과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을 시사한 여파다.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해외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미국 이외 국가들의 자산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아시아 증시도 끌어내렸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2% 이상 하락했고 중국 300대 기업을 추적하는 상하이선전300(CSI300)지수는 전날 대비 0.36%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각각 대만과 호주의 벤치마크지수인 자취엔지수와 S&P/ASX200도 각각 0.25%, 0.77% 빠지며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 소비 회복 기대감 등에 힘입어 닛케이225지수가 0.48%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원자재 시장 또한 약세였다.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며 7일(미국 현지 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7.58달러로 전날 종가(80.46달러) 대비 3.58%나 빠졌고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전날 종가보다 3.35%하락한 배럴당 83.29달러로 장을 마쳤다. 한동안 달러 가치 약화 속에 가격이 크게 뛰었던 ‘대표 안전자산’ 금은 이날 온스당 1817.1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대비 낙폭은 1.8%로 올 들어 두 번째로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