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미분양·고금리에…비우량 PF ABCP '위태'

건설사 A2등급 금리 8%대 웃돌아

A1 등급 4%대…격차 2배 벌어져

증권사 발행·유통은 모두 '실종'

"대출 위험도 커지면 차환 어려워

유동성 이슈 또 부상땐 시장 급냉"


최근 주택 미분양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비우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금리가 8% 위로 솟구쳤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위기가 재차 부각할 경우 건설사가 보증하는 저신용 PF ABCP가 금융시장을 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롯데건설(A2+ 등급)이 신용 보강을 제공하고 특수목적법인(SPC) ‘제이스마트제사차’가 발행한 PF ABCP 6개월물은 이달 2일 8.05% 금리에 유통됐다. 지난달 17일 롯데건설이 신용 보강한 3개월물이 7.8%에 유통된 점을 고려하면 불과 보름 사이 금리가 0.25%포인트나 뛰었다.

업계에서는 현 A2 등급 PF ABCP 금리가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했다. 단기자금 시장의 가늠자 격인 91일물 기업어음(CP) 금리(8일 기준 4.02%)의 두 배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우량채인 A1 등급 PF ABCP 금리의 경우 A2 등급과 달리 CP 금리와 유사한 4%대에 머물고 있다. 채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A2 등급이 A1 등급 대비 안정성이 떨어져 가산금리가 붙는다 해도 통상 등급 간 격차는 0.50~1.00%포인트 정도”라며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 악화 우려에 A2 등급의 위험도가 높게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증권사가 신용 보강한 A2 등급 PF ABCP의 시장 거래는 여전히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9월 강원도의 레고랜드 ABCP 보증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로 A2 등급 증권사의 PF ABCP는 발행과 유통이 모두 멈춘 상황이다.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A2 등급 PF ABCP는 한국증권금융과 산업은행,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1조 8000억 원을 출자한 중소형 증권사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이 10%대 금리에 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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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등급 PF ABCP 거래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배경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로 늘어난 주택 미분양이 있다.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통계에 따르면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5359가구에 달해 지난해 12월 6만 8148 가구보다 7211가구(10.6%)나 더 늘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2년 11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분양 수치는 역대 최고치(16만 6000가구)를 기록한 2009년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 문제”라며 “지난해 초 2만 1700가구 수준이던 전국 미분양이 같은 해 7월 3만 1000가구, 12월에는 6만 8000가구로 무서울 정도로 빨리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앞으로 미분양이 계속 급증할 경우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 건설 업체부터 도산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분양 완료 후 잔금으로 상환하려던 PF 대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는 탓이다. 이 경우 비단 건설 업체뿐 아니라 함께 PF 대출에 나선 증권·저축은행 업계까지 도미노 부실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PF ABCP의 기초자산이 되는 PF 대출 위험도가 높아지면 위험 회피 심리로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유동성 이슈가 재차 불거져 금융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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