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biz-FOCUS] "차종 10개면 충분"…테슬라, 100년전 포드 전철밟나

■전기차 소차종-다차종 대결 승자는

글로벌 완성차 50종 출시 예고에

테슬라, 小차종으로 비용절감 주력

라인 효율 높여 수익 개선한다지만

'모델T로 흥망' 포드 굴욕 반복 우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세계 최대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차종 전략에서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 업계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소(小)차종 전략을 밀어붙이는 반면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최대한 많은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앞세워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봤다. 100여 년 전 모델T를 고집하다가 몰락한 포드의 사례가 다시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1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 연간 20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때까지 차종이 10개에 불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 총 131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머스크 CEO는 7년간 판매량을 10배 이상 확대하기 위해 많은 차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테슬라는 모델 3·S·X·Y 등 네 종류의 전기차를 팔고 있다. 전기차 픽업트럭 ‘사이버트럭’도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머스크 CEO는 인베스터데이에서 2만 5000~3만 달러 수준의 값싼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저가형 모델이 향후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행보는 다른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는 정반대다. GM은 2025년까지 전기차 30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과 현대차(005380)그룹은 2030년까지 각각 50종, 31종 이상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기 위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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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소차종 전략이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봤다. 통상 다양한 종류의 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공장 내에 여러 라인을 둬야 한다. 생산 라인이 복잡해질수록 효율성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테슬라는 멕시코에 새로 지을 기가팩토리 규모를 텍사스 공장의 절반 정도로 하는 등 공정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모델3나 모델Y에 비해 제조 비용을 최대 절반으로 줄여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전기차 전략은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등 각종 정보기술(IT) 분야에 공을 들이는 것도 소차종 전략과 맞아 떨어진다. 디자인 등 외관보다는 차 안에서 즐기는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전기차를 ‘바퀴 달린 스마트폰’에 비유하는 시각에 따랐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테슬라 소비자들은 차 외관보다는 오토파일럿 등 혁신적인 구독형 서비스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유료 구독 서비스는 테슬라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소차종 전략이 전기차 도입 확산 속에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장은 전기차 전환이 늦은 완성차 업체와의 격차가 크지만 다(多)차종을 앞세운 경쟁사들의 전략으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 영국 증권사인 바클레이스의 브라이언 존슨 애널리스트는 포드의 대략 1세기 전 경험이 테슬라에 경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드는 1921년 모델T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 자동차 시장의 60%를 장악했으나 이후 수년간 모델T에만 집중하다 점유율을 잠식 당했다. 당시 GM이 더 많은 모델을 출시했고 1930년대 들어 북미 최대 브랜드라는 위상을 거머쥐었다. 존슨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1920년대 포드의 모델T 역사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기혁 기자·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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