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예상을 웃돈 2월 고용보고서와 실리콘밸리 은행(Sillicon Valley Bank·SVB) 영업정지 여파에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76%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45%, 1.07% 떨어졌는데요.
이날 핵심 이슈는 고용과 SVB였습니다. 2월 비농업 일자리가 31만1000개로 월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는데요. SVB는 개장 전 또다시 60% 넘게 폭락했고, 증자 작업이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전격 영업정지됐습니다.
국채금리는 SVB 사태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고용보고서상 낮은 임금 상승률에 크게 하락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3.68%까지 내려갔고, 어제만 해도 5%를 넘었던 2년 물은 4.56%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어제오늘을 따지면 2년 국채는 2001년 이후 최대 하락이라는데요. 오늘은 2월 고용과 기준금리, SVB를 집중적으로 파헤쳐보겠습니다.
“30만 넘는 고용+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 0.2%로 하락”…“0.5%p 해야 만 해 vs 0.25%p 유지 이유 충분”
우선 2월 고용부터 보죠. 이날 나온 2월 비농업 일자리가 31만1000개 증가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과 다우존스 전망치가 22만5000개였으니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는데요. 블룸버그 기준 예측치 상단이 32만5000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최상단까지 나온 셈입니다.
부문별로는 서비스업에서 24만5000개가 늘어 전체 증가분의 약 78.7%를 차지했죠. 레저와 접객에서 10만5000개가 불어나면서 서비스업을 이끌었는데요. 부동산 경기둔화에도 건설에서 2만4000개가 증가했습니다. 베로니카 클라크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은 확실히 6개월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고 평가했는데요.
실업률은 월가의 생각(3.4%)보다 0.2%포인트(p) 높은 3.6%로 나왔습니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수십 년 래 최저 수준입니다. 노동시장이 강하다고 봐야 하는 이유인데요.
고용시장이 둔화한다는 신호도 약간 있었습니다. 여전히 강하지만 2월 수치 31만1000개는 전달(50만4000개)에서 감소한 것인데요. 1월 수치는 당초 51만7000개에서 하향 조정됐습니다. 제조업 일자리도 1월 1만3000개 증가에서 2월에는 4000개 감소로 돌아섰죠. 주당 평균근로시간도 1월 34.6 시간에서 2월에는 34.5 시간으로 쪼그라들었는데요.
무엇보다 2월 고용에서 고무적인 부분은 시간당 평균 임금에서 나왔습니다. 전월 대비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이 예상을 깨고 0.2% 증가로 나왔는데요. 시장에서는 0.3%를 봤습니다. 0.2%와 0.3%의 차이는 큰데, 0.2%씩 1년을 간다고 하면 2.4%가 돼 인플레이션 타깃(2%)과 얼추 비슷해지죠. 0.3%면 3.6%로 훨씬 높아집니다. 전년 대비로도 4.6%가 나와 월가 예상치(4.7%)를 밑돌았는데요.
임금 상승률 둔화는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 감소→기준금리 인상 압력 둔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전달 62.4%에서 이번에 62.5%로 오른 것도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좋은 소식인데요. 존 린치 코메리카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용보고서에서 가장 좋은 소식은 아마도 임금 압력이 둔화했다는 점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생각 때문에 증시선물이 상승 반전하기도 했죠.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월 0.5%p 가능성은 없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여전히 0.5%p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2월에도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최근 3개월 평균이 35만1000개”라며 “경제활동참가율이 올라간 것도 인플레 측면에서는 좋지만 핵심은 일자리다. 3월에 0.5%p를 인상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지금까지 시간당 평균임금은 추후에 조정이 많이 돼 여러 번 속았다”며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죠.
고용보고서상의 핵심이 고용이긴 합니다. 임금은 고용비용지수(ECI)를 더 봐야만 하구요.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근로시간 감소와 시간당 평균임금 성장률 둔화에도 2월 고용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고 이는 연준이 0.5%p를 할 수 있는 길을 확실히 열어준다”고 봤습니다.
CME 페드워치는 0.25%p 쪽에 더 기울어 있는데요. 이날 오후4시51분 현재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p 인상 확률이 60.5%입니다. 0.5%p는 39.5%인데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0.25%p 확률이 급증해 56.3%로 0.5%p를 뒤집은 뒤 한때는 70%대까지 갔다가 50.2%(0.25%p) 대 49.8%(0.5%p)까지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최종금리는 5.00~5.25%로 한 단계 내려왔고 그마저도 11월에는 금리인하가 있을 수 있다는 예측이 많아졌죠. 블룸버그는 “2월 고용이 예상보다 높았지만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연준에 엇갈린 그림을 제공했다”고 봤는데요.
개인적으로는 2월 고용보고서 상의 시간당 평균 임금만 갖고 0.25%p를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할 것 같습니다. 고용 자체가 워낙 많기 때문이죠. 이를 고려하면 14일의 2월 개인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확실히 방향이 갈릴 듯한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까다로운 고용보고서다. 고용은 강했지만 실업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졌고 임금 상승률은 예상보다 낮았다”며 “다음 주에 있을 CPI 보고서가 연준의 정책 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염 없으면 SVB 사태만으로는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 못 줘”…서머스 “기준금리 6% 또는 그 이상으로 갈 확률 50 대 50”
여기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SVB 사태 여파에 연준의 0.5%p 인상이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기대죠. 크리스토프 리거 코메르츠뱅크의 고정금리 전략 헤드는 “광범위한 은행권의 우려는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SVB 홀로는 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향후 사태가 더 커지거나 CPI와 합쳐지면 모를까 SVB 자체로는 시스템 리스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것과 같은 데요.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빌 넬슨 은행 정책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가 올라가면서 장기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이 평가손실을 보는 것인데 SVB는 일반적인 이슈는 아니”라며 “연준은 SVB를 시스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금리 인상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게 중요하고 갈 길이 남아있다”고 했죠.
하나씩 설명드리겠습니다. 연준에 따르면 SVB의 지난해 말 현재 자산이 2090억2600만 달러로 미국 내 16번째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업정지를 당한 가장 큰 은행이라는 설명처럼 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정도는 아니죠.
미국 내 1위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자산이 3조2019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2조4185억달러, 씨티 1조7667억달러, 웰스 파고 1조1717억 달러 등인데요. 4대 은행은 조달러 단위이고 10위 은행인 TD뱅크도 3867억 달러로 SVB보다 2배 가까이 많습니다.
SVB는 지난해 상장 한 기술과 바이오 기업 44%와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지점이 16개로 캘리포니아주에서 스타트업 위주로 거래한다는 한계성이 뚜렷한데요.
고객이 대규모이고 파산 시 지급 결제 문제가 생길 때 시스템 리스크가 있다고 합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SVB가 합리적인 방식으로 처리된다면 시스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6%나 그 이상으로 올릴 확률이 50%”이라고 했는데요. SVB가 시스템 리스크라면 추가 금리인상은 불가능하죠. 뒤집어 말하면 SVB의 영향은 그것 자체만으로는 제한적이라는 뜻인데요.
SVB는 영업 방식이 다른 은행과 달랐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보유자산 가운데 무려 절반이 넘는 50.9%를 국채와 기타 채권에 투자했었는데요. 대출은 34.9%, 현금보유는 7% 정도였죠. 채권 보유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SVB는 채권을 포함한 투자자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인데요.
미국 내 72개 주요 은행 가운데 이 비율이 42%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SVB 특정사의 문제라는 게 본질에 가깝습니다. 영업정지 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벤처캐피털 피어 VC를 비롯해 파운더스 펀드, 유니온 스퀘어 벤처 등 많은 곳들이 SVB에서 돈을 빼라고 스타트업 업체에 알렸다고 하죠. 모건스탠리는 “SVB는 매우 특이한 사례”라며 “다른 은행은 그렇지 않다. 은행 산업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엘 에리언 선임고문도 “모든 은행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은행의 시스템은 견고하다”며 “(다른 은행으로의) 전염 위험과 시스템적인 위협은 대차대조표를 잘 관리하고 정책적 실수를 피함으로써 쉽게 낮출 수 있다”고 했죠.
물론 앞으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닙니다. 앞으로의 위험을 예측해보면, △SVB와 비슷한 자산구조를 갖고 있는 은행에 대한 우려 확산 △자본력과 건전성이 취약한 지역 은행의 뱅크런 가능성 △주가하락 같은 대형 은행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지속 등이 있을 수 있는데요. 특히 언론이나 월가에서 제2의 SVB로 지목되는 곳은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죠.
사울 오마로바 코넬대 법대 교수는 “FDIC가 SVB를 넘겨 받게 되면서 이 은행에 대한 불확실성은 끝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사람들이 SVB와 비슷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진 은행에 대한 우려도 끝내게 할지는 불확실하다. 뱅크런은 심리학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전했는데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견고하다”면서도 “일부(a few) 은행 상황을 매우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몇몇은 요주의 대상일 수 있는 겁니다.
“지역은행 여진 지속 가능성 전염 확산되느냐가 관건”…“미 증시 13일 SVB 후속 상황, 14일 CPI, 15일 PPI 변수 지속”
정리하면, ①SVB 영업정지는 특수한 영업 형태가 금리인상과 맞물린 결과이며 특수 사건에 가깝고 ②SVB 자체만으로는 시스템 리스크 없으나 ③다른 지역은행으로 문제가 확산할 때는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얘기가 달라진다 등입니다.
실제 이날 대형 은행들 가운데 JP모건체이스(2.52%)와 웰스 파고(0.56%)는 상승 마감했는데요. 반면 BofA(-0.88%)와 씨티(-0.51%)는 하락했죠. 대형 은행들의 보유 채권 평가손실이 6200억 달러라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는데 대형 은행들은 시간과 여유 자금이 있습니다. 계속 버티면 나중에 금리가 떨어질 수도 있죠. 굳이 먼저 팔 이유가 없습니다.
정말 돈 많은 부자들은 집값이 떨어져도 당장 팔 이유가 없는 것처럼요. 비벡 준자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대형 은행들은 소형 은행보다 유동성이 훨씬 많고 더 광범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으며 리스크 관리도 잘 돼 있다”며 “주가 하락이 과도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드린 지역 및 중소형 은행의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나마 최악에서는 회복했지만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14.79%), 팩 웨스트 뱅크 코퍼레이션(-37.91%), 암호화폐 거래가 많은 시그니처 뱅크(-22.87%) 등이 대거 폭락했습니다. 지나 볼빈 볼빈 웰스매니지먼트 그룹의 사장은 “대형 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에 더 잘 견디기 때문에 지역은행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SVB는 SVB만의 특수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 은행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봤는데요.
그래서 앞으로 핵심은 불안감이 다른 지역은행으로 번지느냐 여부입니다. 지역은행 사이에서 뱅크런이 발생하거나 계속 문제가 커지면 전국단위 대형 은행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FDIC가 이날 전격적으로 SVB를 영업정지 시킨 것도 불안감이 더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요.
경기가 둔화화는 와중에 은행들의 어려움이 확산하면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당장 SVB 영업정지로 SVB와 거래했던 일부 벤처회사들은 직원 급여지급을 걱정하고 있다고 하죠. 25만 달러 이상의 돈은 예금보호가 안 되기 때문인데요. WSJ은 작년 말 기준 SVB 은행에서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예금이 1510억 달러라고 했습니다. 총 자산이 2090억 달러로 이론상으로는 청산 시 예금을 다 돌려받을 수 있지만 회수가 안 될 수 있는 자산이 있고, 자산을 정리해 현금화할 때까지 돈이 묶여 있을 수 있는데요. 다른 금융사를 통한 대출 지원이 없으면 뱅크런 와중에 돈을 못 찾아간 업체들은 자금난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불안한 요인들이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SVB 사태로 은행들의 대출 규제가 세지면서 추가적으로 경기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요. 이것 때문에 국채금리가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도 흘러나옵니다.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현지 미국은 순차적으로 침체에 빠지는 롤링 리세션(Rolling Recession)을 겪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면 경제의 모든 부문이 동시에 어려움에 빠지는 실질적인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하나 더 봐야 할 건 만약 지역은행에서 위기가 확산해 연준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건 시스템 리스크입니다. 이럴 때 금리를 덜 올리거나 낮추는 것이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닌데요.
당분간 증시 불안감이 지속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SVB 사태가 SVB 영업정지로 끝날지, 더 번질지 봐야 하는 가운데 다음 주 화요일인 14일에는 2월 CPI, 15일에는 소매판매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연달아 나오는데요. CPI는 3월 0.5%p냐 0.25%p냐 논쟁을 확정지을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해졌습니다. 다음 주 초 SVB 사태가 진정되는지 여부가 1차 관문, CPI가 2차 관문인데요. 도니 드와이어 캐너코드 제유이티의 애널리스트는 “지금 같은 단기 약세는 과매도에 따른 반등을 불러오기에 충분하지만 앞으로 몇 달 간은 약세가 지속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산 넘어 산입니다. 실비아 자블론스키 데피앙스 ETFs의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은행 영업정지”라며 “이것은 시장을 겁에 질리게 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변동성이 클수록 무리하지 말고 상황을 잘 주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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