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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도 어쩔 수 없는 유교걸이라 갑자기 공개적으로 월경용품을 말하기가 좀 어색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용사님들을 위해 과감하게, 무작정 월경컵으로 바꾸고 순식간에 안착한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에디터는 원래 20대 초반부터 플라스틱 애플리케이터가 있는 탬폰을 써 왔습니다. 정말 편하고 좋긴 한데 플라스틱 쓰레기, 흡수체 쓰레기가 생긴다는 게 신경이 쓰였죠. 몇년 전 월경컵의 존재를 알게 됐지만 좀처럼 엄두가 안 났습니다. 손가락을 넣어서 질 길이를 재어보고 맞는 사이즈로 사라는 조언이 어렵게 느껴졌고, 집 밖에 있는 동안 월경컵이 가득 차면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혹시나 너무 이물감이 느껴져서 못 쓰면 나눔할 수도 없고 그냥 버려야 하니까요.
그러다가 월경컵을 선물받아서 어쩔 수 없이(!) 시도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빼야 할지를 몰라서 15분을 고생했지만(월경컵이 안 빠져서 산부인과에 갔다는 글도 검색해 봤습니다) 딱 세 번만에 적응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 도전하게 되어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감춰왔던 월경, 이제는 편안하게 자신있게
왜 다짜고짜 TMI를 늘어놓냐고요? 온라인 중심의 제로웨이스트샵인 ‘모레상점(링크)’에서 3월 11일까지 진행 중인 친환경 월경용품 기획전(온오프라인 동시 할인)에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에디터들도 서울 성수동 모레상점 오프라인 공간을 찾아가 봤는데, 다양한 친환경 월경용품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살 수 있는 경험이 태어나서 처음이라 신기했습니다.
에디터의 월경컵 도전기를 말씀드렸더니 모레상점의 이지은 대표님(사진)은 이렇게 답해주셨습니다.
"코도 후비고 귀도 후비는데, 왜 우리가 그 부분만은 잘 모르고 조심스럽게 대하는 걸까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 문화가 여성의 생식기와 관련해선 유난히 쉬쉬하고 감춘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고요. 월경의 불편함에 대해 일말의 의구심 없이 받아들여왔죠. 이 대표님도 그래서 더 열심히 월경용품 기획전을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여성의 삶이 이렇게까지 편해질 수 있단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겸사겸사 몇가지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습니다. 우선 월경컵을 어떤 크기로 사야되는지. 보통 S, M, L로 나뉘어져있는데 대표님은 "질 길이를 재어볼 필요도 없이, 처음에는 제일 작은 사이즈로 시도해보시고, 나중에 각자 월경 양 등에 따라 하나 더 구입하시라"는 답변. 생리대도 탬폰도 그날그날 사이즈를 바꿔서 쓰는데 월경컵도 똑같구나 싶었습니다.
두번째로 제일 궁금했던 점은 집 밖에서 컵을 비워야 하는 상황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였습니다. 대표님의 말씀은 옮겨보겠습니다. "사실 컵을 비우고 헹굴 필요도 크게 없어요. 질은 생각보다 강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비우기만 하고 다시 넣어요." 이런 방식이 좀 찜찜하다 싶으신 분들은 텀블러에 물을 담아 화장실에 들어가서 가볍게 헹궈도 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양이 제일 많은 날에도 하루 종일 비울 일이 없는 분들도 꽤 되실 테고요. 이밖에도 많은 질문들 있으실텐데, 모레상점 인스타에서 속시원한 답을 들을 수 있으니까 꼭 들어가보시길 권합니다.
건강도 환경도 해치는 일회용 생리대...우리 그만 헤어져
식약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90%는 일회용 생리대를 쓰고(관련기사) 면 생리대는 4.2%, 탬폰은 3.6%, 생리컵은 1.8%뿐입니다. 그리고 일회용 생리대의 화학물질이 월경통, 가려움, 뾰루지, 두통 등의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쓰는 일회용 생리대의 갯수는 무려 1만개 안팎.
에디터는 저 통계를 보고 일회용 생리대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놀랐습니다. 미세플라스틱(대부분의 일회용 생리대는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로 구성된 고분자 흡수체 함유) 문제, 건강 문제, 쓰레기 문제가 이렇게 큰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우리 스스로도 불편이 큽니다. 월경 기간을 한 번에 3일씩 30년만 잡아도 총 360회, 1000일 넘게 축축함과 냄새 같은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심지어 내 건강과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월경컵으로 갈아타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편합니다. "월경 중이란 사실마저 잊는다는 게 진짜 신세계!"라는 이 대표님의 말씀에 에디터도 100% 공감. 그리고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서 미세플라스틱이 없고, 최대 5년(요것도 식품 '소비기한'처럼 권고 사항) 쓸 수 있는 다회용품이기도 합니다. 처음 몇 번은 괴로울 수 있지만 고비를 넘기면 평생 편한 월경을 누릴 수 있어요. 생리대 1만개 쓸 걸 월경컵 6개(2년에 한번씩 바꿔도 15개)로 줄일 수 있고 말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이득. 생리대에 쓰는 돈이 매년 12만원쯤 되는데, 3만원짜리 월경컵을 사서 5년동안 쓰면 57만원이 절약됩니다.
월경컵을 정 못 쓰겠다면 차선책은 종이 애플리케이터 탬폰, 디지털탬폰(=아예 애플리케이터가 없는)과 면 생리대. 다만 디지털탬폰이라도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된 제품(탬폰 한 개당 170억개의 나노플라스틱 - 출처는 영국왕립화학회 저널에 실린 논문, 영어 주의)은 질벽을 통해서 미세플라스틱이 흡수될까봐 걱정됩니다. 사용 후 버리면 하수도~바다까지 미세플라스틱을 뿜어대니까 유기농 순면 제품인지 꼭 확인하고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면 생리대는 솔직히 빨래하기가 귀찮긴 합니다. 하지만 부지런한 용사님들이 분명히 계시리라 믿습니다. 양이 적은 날에는 하루 한 번만 빨아도 될 테고요.
그리고 꼭 한 종류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 대표님의 조언. 월경컵, 종이or디지털 탬폰, 면 생리대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쓰면 되니까 말입니다. 일회용 생리대나 플라스틱 애플리케이터 탬폰만 쓰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겁니다.
내 몸에도, 지구에도 정말 편한 친환경 월경용품으로 이미 갈아타신 용사님들이라면 본인의 성공담을 꼭 주변에도 퍼뜨려 주시길 권해봅니다. 당장은 작은 변화일 수도 있지만 먼 훗날 큰 물결이 되어 돌아올 겁니다. 모레상점(홈피 링크)의 친환경 월경용품 할인은 3월 11일까지입니다.
용사님들이 결심하기 쉬우시라고 아래에 영상도 남깁니다. 글로는 잘 이해가 안됐던 부분들도 영상 보심 싹 이해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