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대학교가 평균평점(GPA·Grade Point Average) 산정 기준 개정을 추진하다 끝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GPA 개정 여부를 놓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취업·로스쿨 등 졸업 후 진학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전임 총학생회에서 지난해 9월 쯤 GPA 개정을 시작하기로 학교와 협의하다 11월 쯤 최종 무산된 것으로 안다”며 “12월에 임기를 시작하고 반려된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교무처장단 측에서 GPA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었지만 명확한 이유는 모른다”며 “표면적인 이유는 학점을 주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어 학교 측에서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관계자는 GPA 환산 방식 개정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학생들 입장에서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도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말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달 22일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하의 교무처장단이 GPA 개정을 거부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학교에서) 끝까지 로스쿨이랑 유학을 안 보내겠다는 의지를”, “결국 손해만 봤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GPA는 일반적으로 대학교 학점을 백분위로 환산한 점수를 의미한다. 현재 대학에서는 4.3 또는 4.5 만점으로 표기되는 학점을 사용하고 있는데 로스쿨·약학대학원 등 대학원과 일부 기업에서 형평성을 위해 백분위로 환산한 점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마다 환산 방식이 달라 GPA 점수에 차이가 나자 몇몇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환산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현행 GPA 환산 방식에 따르면 4.0(4.3 만점 기준)의 백분위 점수는 96점으로 타 대학과는 1점 가량 차이가 난다. 작은 점수로도 취업, 로스쿨 입학 등 합격 여부가 갈릴 수 있어 현행 산정 기준이 불공정하다는 게 학생들의 의견이다. 한 학생은 익명 게시판에 “1점 차이로 합격 여부가 달라지는 마당에 로스쿨 준비하는 사람들은 절박하다”고 한탄했다.
한편 지난해 9월 GPA 환산 방식 개정 논의를 시작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3주 만에 환산 방식을 수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변경된 방식에 따르면 학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던 GPA 환산 방식이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환산 방식도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채택했다.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면 연세대 학생들의 백분위 환산 점수는 적게는 0.3점에서 많게는 1점까지 오른다.
고려대학교는 연세대보다 늦은 올해 1월 말부터 개정 논의를 시작했지만 역시 한 달여 만에 GPA 환산 방식 개편을 확정했다. 수정된 환산 방식에 따르면 고려대 학생들의 점수는 0.1~1.4점 오른다. 두 학교 모두 오는 2023년 1학기부터 수정된 GPA 환산 방식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타 대학교의 연이은 GPA 환산 방식 개정 소식에 서울대학교 에브리타임에는 "우리가 제일 먼저 논의했는데 연고대가 가장 먼저 되네", "연대에 이어 고대도 GPA를 개정하는데 왜 우리만 못하냐"라며 학교와 총학생회를 비판하는 다수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GPA 자체가 불합리하다"며 "학교가 이를 개정하길 바라지 말고 각 로스쿨에서 GPA 반영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