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로부터 영업비밀 침해로 받은 합의금에 대해 지적재산 사용료 누락으로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실리콘 제품 제조·판매업체 A사가 세무 당국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미국에 본사를 둔 국내 자회사 A사는 경쟁사에 영업비밀을 침해 당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2015∼2017년 합의금 명목으로 미국 본사와 절반씩 총 3400만 달러를 받았다. 경쟁업체가 A사 출신 직원을 영입하면서 영업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되자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는 대가로 받은 합의금이었다.
문제는 서울지방국세청이 경쟁업체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이후 세무당국은 합의금과 관련해 A사에 부가가치세 30억원을 부과했다. 합의금을 지적재산 사용료로 보고 매출을 누락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A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과세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사가 경쟁사로부터 받은 합의금은 자사 직원이었던 사람이 빼간 영업비밀을 취득함으로써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도 책임도 묻지 않기 위한 취지"라며 "지적재산 사용료가 아닌 손해 전보 목적의 돈"이라고 설명했다. 합의금을 지적재산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