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특화은행 리스크 부각…'한국판 SVB' 물건너 가나

[美 SVB 파산 후폭풍]은행권 개선 TF에도 불똥

특정산업 망가지면 은행도 위험

금융당국 우선순위서 밀릴 가능성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도 빨간불

1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1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스타트업 및 기술 금융에 특화돼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문을 닫으면서 ‘특화은행’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국내 은행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꾸려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도 소규모의 특화은행 설립이 논의되고 있지만 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섣부른 도입보다는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TF 실무작업반 참석자들은 최근 회의에서 은행의 산업 경쟁력 제고에 대한 방안 중 하나로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을 제시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벤처기업 대출 전문은행이나 지급 결제 특화은행, 중·저신용자 전문은행 등 은행이 수행하는 업무 범위를 세분화한 특화은행 설립을 허용해 ‘신규 플레이어’를 등장시키자는 것이다.



회의에서는 10일(현지 시간) 폐쇄된 미국 SVB도 벤치마킹을 할 만한 주요 해외 사례 중 하나로 언급됐다. SVB의 경우 별도 인가 단위에 따른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벤처기업 및 임직원의 예적금을 받아 고위험 벤처기업에 대출을 내주거나 투자를 하는 등 사실상 특화은행처럼 기능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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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VB 파산으로 해당 안은 사실상 금융 당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건전성 및 소비자 보호 문제가 이번처럼 실제로 발생하면 금융 산업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작업반 회의에서도 “특정 여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의 자산 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상 특화은행의 경우 높은 경기 순응성, 정확한 신용 평가에 대한 어려움 등으로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디어 중 하나로 나온 지급 결제 특화은행 역시 지급 결제 업무로만은 적절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거시 건전성 리스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건전성 위험이나 소비자 보호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은 일관되게 나온 문제점”이라며 “국민 효용 증대, 안정성 문제 등 여러 틀에서 보며 우선순위를 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충청권 지방은행의 경우 SVB를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전시는 지난달 22일 ‘제1차 은행설립 추진위원회 및 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고 SVB 모델을 차용한 ‘한국벤처투자은행(가칭)’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용역을 맡은 EY컨설팅 측은 당시 “기술 중심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기업금융 중심의 새로운 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특화은행의 경우 통상 시중은행보다 자본금 규제 등이 완화돼 있는데 특정 산업이 망가지면 특화은행도 같이 무너질 위험이 있어 사실 더 높은 수준의 문턱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그러면 수익성이나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생길 수 있어 실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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