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청춘이 되어줘서 고마워. 새로운 스무살을 축하해.”(팬들의 슬로건 이벤트 문구 중)
“누군가의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는 게 뿌듯한 일이네요. 감사합니다.”(보아)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보아의 데뷔 20주년 콘서트 ‘더 보아 : 뮤지컬리티(THE BoA : Musicality)’가 개최됐다. 지난 11일부터 양일간 진행된 공연의 마지막 날이다. 이날 공연은 글로벌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로도 생중계됐다.
뒤늦은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 더 알차게 더 뜨겁게
보아는 지난 2000년, K팝의 밀레니엄을 열며 등장했다. 이후 ‘아시아의 별’로 명성을 떨친 그는 데뷔 20주년이 되던 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단독 공연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규 10집 ‘베터(BETTER)’를 발매하는 것으로 팬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보아는 뒤늦은 데뷔 20주년 단독 콘서트를 기획했다. 의미가 있는 공연인 만큼 그간의 음악 히스토리를 한 번에 꿰뚫 수 있는 세트리스트를 준비했다. 보아는 “이번 공연 콘셉트는 '다 같이 죽자'다. 자비 없는 콘서트”라며 호응을 이끌었다.
17살에 최연소 대상의 영예를 안게 한 메가 히트곡 ‘넘버 원(NO.1)’부터 ‘마이 네임(My Name)’ ‘발렌티(VALENTI)’ ‘스파크(Spark)’ ‘마이 스위티(My Sweetie)’ ‘걸스 온 톱(Girls On Top)’ 등 200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곡은 향수를 자극했다. 여기에 미국 진출 데뷔곡 ‘잇 유 업(Eat You Up)’과 일본 히트곡 ‘메리-크리(Merry-Chri)’ 등 ‘아시아의 별’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외국어곡도 준비했다. 보아는 ‘메리-크리’를 “명곡”이라고 소개하며 “내 입으로 말하면 이상한가? 명곡을 명곡이라고 말하는데 뭘”이라고 자신감을 보여 환호를 받기도 했다.
팬들은 보아가 무대를 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추고 노래했다. 중간중간 한국어와 일본어가 뒤섞여 “한 번 더 해달라” “내일 또 하자” “보아짱” 같은 말이 들려 보아의 다국적 인기를 실감케 했다. 보아는 비욘드 라이브로 시청하고 있는 팬들을 위해 영어와 일본어로 인사하기도 했다.
보아가 ‘아틀란티스 소녀 (ATLANTIS PRINCESS)’ 무대에서 이동차를 타고 2층 객석에 나타난 것은 하이라이트였다. 보아는 팅커벨을 연상케 하는 연두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팬들 한명 한명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했다. 그는 “여러분들 가까이서 봐서 좋았다”며 “(공연을) 하는 우리도 즐겁다. 여러분이 엄청 응원해 주니 감사하고 기운도 많이 얻게 된다”고 감격했다.
감기도 못 막는 보아의 라이브, 전곡 핸드 마이크로 소화
아쉽게도 보아는 한 달간 지속된 감기로 이날 컨디션 저하를 겪었다. 멘트를 할 때면 목소리가 온전히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보아는 “이번 공연이 너무 힘들어서 13일에 은퇴한다”고 농담을 던지며 걱정하는 팬들을 울고 웃겼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과 노래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는 팬들의 이야기처럼 보아는 무대 위에서 프로였다. 그는 보컬이 더 선명하게 들리는 핸드 마이크로 총 22곡을 소화했다. 대부분의 무대가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동반돼 그의 라이브 진가를 엿볼 수 있었다.
무려 7곡에 달하는 오프닝 무대는 열정과 실력이 돋보였다. 홀로 150분간을 꽉 채운 보아는 힘겨워하기 보다 “코맹맹이 소리가 심하고 목소리가 떨리는데 최선을 다해서 부르겠다. 한음 한음 열심히 부를 테니 혹시나 음이 어긋나도 예쁘게 봐 달라”며 끝까지 라이브를 소화했다.
카카오·하이브 ‘SM 인수전’ 극적 타결의 날
공교롭게도 이날은 하이브가 카카오에게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경영권을 넘기는 내용의 합의안이 발표된 날이다. SM은 지난달부터 창업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내홍을 겪어왔다. 이후 SM 현 경영진-카카오, 이수만 전 총괄-하이브 구도가 되며 ‘SM 인수전’에 불이 붙었다.
이 가운데 SM 측은 기존의 이수만 단일 체제에서 벗어난 ‘SM 3.0’을 본격화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룹 에스파, 그룹 샤이니 온유에 이어 보아까지 3주간 내리 콘서트를 잇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에 보아가 이날 공연에서 어떤 말을 할지도 관심이 모였다. 보아는 이수만 전 총괄이 직접 발탁해 프로듀싱한 아티스트이자 SM 비등기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 그러나 보아는 팬들과 호흡하는 것에 집중하며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