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규제당국이 뉴욕 시그니처뱅크의 폐쇄를 결정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다른 은행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다.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시그니처뱅크가) ‘구조적 위험’을 지닌 것으로 판단돼 폐쇄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은 전체 예금의 4분의 1가량이 암호화폐 관련 자산인 암호화폐 전문은행이다. 지난 해 말 기준 총자산은 1104억 달러(146조 원), 예금액은 886억달러(117조 원)에 달한다.
FDIC 등은 시그니처뱅크도 SVB와 같이 예금 보험 한도(계좌당 25만달러)에 관계 없이 예금 전액을 보호할 방침이다. 재무부는 “예금주들은 모두 보호를 받는다”며 “SVB와 같이 납세자는 손실을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그니처뱅크는 ‘제2의 SVB’ 가능성이 거론되는 은행들 중 하나다. 연준 금리에 민감한 암호화폐 기업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노려온 중소형 은행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번 폐쇄는 13일 금융시장 개장을 앞두고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이 또 다시 반복될 우려에 대비한 선제적 결정이다.
SVB 파산 사태가 부동산 대출 취급 비중이 높은 중소규모 지역은행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틀간 주가가 54% 급락한 팩웨스트 뱅코프의 경우 대출의 3분의 2가 부동산과 연관돼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29% 폭락한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도 지난 수년 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사업에 집중하며 관련 대출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