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막을 내리며 ‘집권 3기’를 맞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절대권력 체제가 시작됐다. 시 주석은 양회 기간 조직 개편과 인선을 통해 덩샤오핑 집권 이후 집단지도 체제와 당정 분리로 권력을 분산하던 것을 모두 마오쩌둥 시대의 1인 천하로 돌려놓았다. 자신이 당정군을 모두 장악한 채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미국과의 패권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과거 회귀를 지적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폐막하면서 중국을 이끌 시 주석과 리창 국무원 총리가 향후 국정 운영 방안을 밝혔다. 둘은 공통적으로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강국 건설을 외쳤다. 이는 서구의 현대화 모델과 달리 중국만의 특색을 살려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해 미국 등 서방 국가와 체제 경쟁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전인대 폐막식 연설에서 ‘강국 건설, 민족 부흥’을 여덟 차례나 외쳤다. 그는 “지금부터 금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전 당과 전국 인민의 중심 임무”라며 “과학기술 자립·자강 능력을 제고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 중국식 현대화 건설을 가속화하고 단결·분투·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폐막 이후 기자회견에서 취임 일성을 밝힌 리창 신임 총리도 시 주석이 강조한 중국식 현대화를 뒷받침했다. 리 총리는 “개혁개방은 현대 중국의 운명을 결정한 결정적 조치”라며 “앞으로 중국식 현대화를 더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번째 100년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개혁에 의존하고 개방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정부 수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중국 공산당의 목표다. 리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발전이라는 단어를 46차례나 언급했고 개혁개방(13차례), 취업(12차례), 인구(10차례) 등에도 초점을 맞췄다.
시 주석의 복심으로 불리는 리 총리는 올해 중국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경제 회복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 5% 안팎은 쉽지 않은 목표”라면서 “몇몇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예상치를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나가니 앞날을 기대할 만하다’는 뜻의 ‘장풍파랑 미래가기(長風破浪 未來可期)’를 언급했다.
중국 ‘민영경제의 요람’으로 꼽히는 저장성 성장과 장쑤성·상하이시 당 서기 출신답게 민간기업 육성으로 경제성장을 꾀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그는 국영·민간기업 모두를 중시한다는 의미인 ‘두 개의 흔들림 없음’ 기조가 중국 경제의 기본이나 장기적 방안으로 과거에도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리 총리는 “현 시대는 많은 민간기업가들에게 새로운 창업 역사를 쓰라고 요구한다”며 “민간기업가가 우수한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고 자신감을 굳건히 해 출발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회주의 색채를 강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외부 시선에 대해서는 “개혁개방을 흔들림 없이 심화시켜나갈 것”이라며 투자를 지속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대다수 외자기업은 여전히 중국 내 사업 발전 전망을 밝게 본다”며 중국이 투자 유망 지역이라는 점을 어필했다. 리 총리는 “중국 대외 개방의 문은 갈수록 커지고 (기업 경영) 환경은 갈수록 좋아지며 서비스는 갈수록 우수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이 첨단 기술 분야의 대중 수출 제재를 강화하며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도에 나서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11월 미중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룬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하며 “미중 협력의 앞날은 밝고 포위와 압박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