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가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CNS 치료제 시장은 2025년 약 173조 원 규모로 글로벌 제약사들도 항암제 다음으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주력하는 분야다. CNS 질환으로는 자폐·우울·치매 등 여러 질환이 있다. 다만 개발이 어려워 현재까지 상용화된 치료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많지 않다. K바이오가 도전을 이어가는 이유는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314130)는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자폐증 치료제 후보물질 ‘SB-121’의 미국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이르면 상반기 내 신청할 전망이다. SB-121은 지놈앤컴퍼니가 인수한 미국 사이오토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개발 중이다. 임상 1상에서 4주 간 SB-121을 투여한 결과 소통, 사회화, 일상생활 능력, 운동 능력 영역에서 뛰어난 개선 효과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의약품 지정 등을 추진해 속도감 있는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만성질환 분야의 강자인 JW중외제약(001060)도 CNS 계열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20억 원을 투자해 에스엔이바이오 지분 5.1%를 취득했다. 에스엔이바이오는 약물을 손상된 부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으로는 뇌졸중, 몸에 마비 등이 찾아오는 모야모야병, 치매 치료제 등을 갖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CNS 분야 까지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중 CNS 분야의 대표적인 강자는 SK바이오팜(326030)이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세노바메이트의 지난해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116.3% 증가한 1692억 원을 기록하며 두 배 이상 성장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세노바메이트의 영업·마케팅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미국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진출도 적극 추진한다.
SK바이오팜은 향후 CNS 영역의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세노바메이트는 전신 발작 적응증과 투약 가능 연령층을 청소년까지 확대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희귀 소아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의 임상 3상과 차세대 뇌전증 신약 ‘SKL24741’ 임상 1상 등의 과제도 있다. SK바이오팜은 파트너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현지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기존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는 CNS 관련 약물 제품을 도입하거나 인수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에서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를 도입한 보령(003850)도 CNS 분야 매출이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CNS 제품군의 매출은 2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4% 늘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LBA(Legacy Brand Acqusition)’를 통해 자이프렉사를 도입한 것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사회가 복잡해지고 발전할수록 CNS 질환은 다양해 지고 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CNS 치료제는 항암제 다음 대표적인 유망 분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