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갖고 정 간 원활한 협의를 위해 월 2회 가량 정기 회동을 갖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신임 지도부의 당선을 축하했고 김 대표는 적극적인 입법으로 정부를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 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가진 데 대해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오늘 만찬은 저녁 6시30분에 회동해 단체 및 개별사진을 촬영한 뒤 시작됐다"며 "한식 위주로 식사는 준비됐고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에 대한 축하, 새 지도부의 출발에 대한 덕담이 주를 이뤘다. 당정이 하나가 돼 국민을 위해 힘껏 일해 나아가자는 뜻을 함께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대표와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신임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대통령실 참모 중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날 만찬은 윤 대통령이 김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당선을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신임 지도부에 엄중한 경제 현실과 민생, 격변하는 안보 정세 등을 설명하고 당의 역할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여당 지도부와의 공식 식사 행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6월 10일 이준석 전 대표 등을 용산 청사로 초대해 오찬을 함께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 등에게 “앞으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당과 정부가 한 몸처럼 움직이자”며 당정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30대 당 대표에 오른 이 전 대표는 주요 현안을 놓고 대통령실 및 당내 친윤계와 잦은 마찰을 빚던 상태였다. 더구나 이 전 대표는 성접대 의혹에 휘말렸고 그해 7월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윤핵관’과 각을 세우며 한층 거세게 충돌했다. 특히 자신에 대한 징계로 당이 내린 직무 정지를 무효화하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당을 분열의 늪으로 빠뜨렸다.
결국 법원이 지난해 10월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국민의힘 새 지도부로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5일 한남동 관저로 비대위 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 당시 당 지도부의 만찬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현재 나라가 어려우니까 여기 계시는 비대위원과 의원님들이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국민의힘이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올해 3월에 열기로 하면서 정 위원장은 사실상 3개월짜리 시한부 지도부로 전락하게 됐다. 그런 만큼 대통령실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로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친윤계를 중심으로 정비된 이번 김기현 체제의 발족은 윤 대통령에게 어느 때보다 반가울 수밖에 없다. 당의 새 지도부가 대통령실과 코드를 맞추며 윤 대통령의 국정을 강력하게 지원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지도부가 선출된 후 불과 닷새 만에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연 것만 봐도 윤 대통령이 새 지도부에 갖는 기대감을 가늠해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를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강력한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강제 동원 해법을 독자적으로 발표하며 한일 관계를 풀면서까지 한미일 협력 복원에 적극적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산적한 국정과제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대야 협상력을 발휘해야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전임 지도부보다 만찬을 서두른 데는 이 같은 국정 운영 방향에 추동력을 얻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강한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강력한 정책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전당대회 유세에서 들었던 당심을 전달했다”며 “(정부 여당의) 정책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협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