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스티븐 리(54·한국명 이정환·미국 국적)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미국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법무부와 미국 당국 공조로 지난 2일 현지에서 체포된 지 엿새 만이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 연방법원은 8일(현지 시간) 이 전 대표에 대한 조건부 보석을 결정했다. 알려진 조건은 보석금 1000만달러(약 130억원),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전자 장비 부착, 가택 연금 등이다. 이 전 대표는 법원 결정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미국 법원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인 뒤 되팔아 큰 차익만 챙기고, 국내에서 철수했다는 ‘먹튀’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매각하는 과정에서 스티븐 리 전 대표가 한국 정책 당국자, 금융권 인사들과 어울리며 계약의 긴밀한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국회 등의 연이은 고발에 검찰이 2006년 수사에 착수했으나, 당시는 스티븐 리 전 대표가 2005년 9월 미국으로 도피한 뒤였다. 검찰은 스티븐 리 전 대표에게 외환은행 불법 매각, 수익률 조작으로 업무상 배임, 조세포탈, 횡령 등 혐의가 있다고 발표하고, 2006년 그에 대한 기소를 중지했다. 또 미국에 범죄인 인도도 청구했다. 하지만 2017년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사실을 한국 법무 당국이 뒤늦게 인지하면서 현지에서 석방됐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론스타 펀드 수익률 조작, 탈세 등의 범행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다가 결국 그를 기소 중지하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