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관련 학회를 비롯해 유관 단체들이 일제히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죄 없는 배상안을 철회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과와 배상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없이 ‘제삼자 변제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하려는 방안은 아무런 반성 없는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는 것이다.
15일 고려사회학회를 비롯해 역사 관련 학회 49곳은 공동성명문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선 이들 단체는 윤석열 정부의 배상안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헌법 전문에 명시돼 있듯, 대한민국은 삼일운동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며 “1919년 독립선언서에서 일본의 식민지배가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삼일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고 지난 70여 년간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규명하며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며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도 같은 정신에서 나왔는데 이번 정부의 배상안에 의하면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은 침략과 강권의 식민지배를 반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그러면서 “이는 삼일운동과 헌법의 정신, 우리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배상안은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인류는 군국주의와 전체주의가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노력했다”며 “냉전으로 인해 비록 철저한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명시했던 카이로선언과 포츠담선언은 과거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팽창정책이 인류 발전에 역행하고 인류 문명에 심각한 위협이었음을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뉘른베르크 재판과 도쿄 재판은 인류의 희망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노력이었다. 이러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근거하여 대법원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직결된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 준엄히 심판했다”며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배상안은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반인도적 행위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인류의 보편적 가치, 평화와 인권을 해친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6일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 손해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일본이 아닌 국내 기업으로부터 모은 돈으로 제3자 변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강제동원 배상안을 내놨다.
<다음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에 반대하는 역사 학회 및 단체 49곳>
고려사학회, 도시사학회, 대구사학회, 명청사학회, 민족문제연구소, 백산학회, 백제학회, 부산경남사학회, 식민과냉전연구회, 신라사학회,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역사교육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와교육학회, 역사학연구소, 역사학회, 영국사학회, 의료역사연구회,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일본군‘위안부’연구회, 일본사학회, 전북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중국근현대사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과학사학회, 한국구술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기록학회, 한국냉전학회, 한국독일사학회, 한국러시아사학회, 한국미국사학회, 한국사상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서양고대역사문화학회, 한국서양사학회, 한국서양중세사학회, 한국생태환경사학회, 한국여성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민속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중세사학회, 한국프랑스사학회, 호남사학회, 호서사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