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개막한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로 개최 첫날부터 업계 임직원과 해외 바이어로 북적였다. 올해에는 국내외 477개 기업이 참가하고 3만 5000명이 사전 등록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특히 16개국에서 101개의 해외 기업도 참여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전시회를 찾았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주요 배터리 소재 회사들의 부스를 둘러봤다. 신 성장동력으로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산업을 낙점한 만큼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구 회장은 기자와 만나 “한국 배터리 기술력에 평소부터 관심이 많았다"면서 “우리 그룹도 신(新) 사업을 추진할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日 도요타 따라잡는다”…전고체 배터리 기술력 과시
K배터리가 이번 전시회에서 강조한 미래 기술은 전고체 배터리다. K배터리를 대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일제히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기술력을 뽐냈다. 전고체 기술에서 앞선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 3사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은 2020년대 후반으로 2020년대 전반을 제시한 도요타보다는 다소 뒤처진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전고체 배터리와 고에너지 밀도의 경량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을 전시했다.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 제품에 비해 무게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저울로 비교해 보여줬다. 다양한 배터리 서비스 신 사업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10월 LG에너지솔루션 사내기업으로 출범한 쿠루(KooRoo)는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를 선보였다. BSS는 전기이륜차용 배터리팩을 충전이 아닌 교환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한층 높인 서비스로 올해 사업화를 목표로 했다. 배터리 미래수명, 최적주행경로 등 차량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차 배터리 종합진단 서비스 비-라이프케어(B-Lifecare)도 시연했다.
삼성SDI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부스 정중앙에 공개했다. 이 회사의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 소재와 리튬 음극재로 수명을 개선한 무음극 기술이 특징이다. 삼성SDI는 국내 유일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 시제품 샘플 제작을 시작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SK온도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다양한 셀 포트폴리오를 전시했다. 코발트를 완전히 배제한 코발트 프리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각형 배터리까지 공개했다. SK온은 목표 시점을 1년 이상 앞당겨 최근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삼원계 배터리 소재 중 가장 비싼 코발트 대신 니켈이나 망간을 사용해 가격 경쟁력도 개선했다.
‘머리카락 25분의 1 두께’ 배터리 소재 장관
K배터리의 차세대 소재 기술력도 눈길을 끌었다. 세계 1위 동박 기업인 SK넥실리스는 초격차 동박 기술력을 과시했다. 머리카락의 25분의 1 수준인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동박이 1358mm의 폭, 48km의 길이로 감겨 있었다. SK넥실리스의 얇은 동박을 넓고 길게 만드는 기술력은 배터리 제조사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
포스코케미칼(003670)은 ‘풀 포트폴리오 전략’에 기반한 다양한 배터리 소재와 차세대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함께 생산하는 기업으로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원료-소재-리사이클링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