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노사정)가 최근 제동이 걸린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두고 마주했지만, 확연한 입장 차이를 다시 확인했다. 개편안에 담긴 근로시간제 유연화의 실익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서다. 다만 노사정은 대책의 취지와 효과에 대한 국민적인 소통 부족이 부족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개편안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개편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후 국회에서 첫 노사정이 모인 자리다. 개편안은 주 52시간제를 기초로 특정주에 주 64시간, 주 69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주를 그만큼 쉬는 게 골자다. 동시에 장시간 근로 우려에 대한 보완인 건강권과 휴식권(11시간 연속 휴식,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 임금 질서(근로자 대표제 정비,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등) 대책이 실효성 있는지가 개편안을 둘러싼 쟁점이다.
정부 측을 대표한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개편안 취지는 주 52시간내 업무 변동을 노사 합의로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해 실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개편안 논쟁에서 휴식권과 건강권, 임금 질서 확립 등 다양한 대책이 제외된 상황에 대해 당혹해하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노동계를 대표한 유준환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의장은 “(권 차관이 밝힌) 제도의 취지가 개편안에 반영됐는지 의문”이라며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있는 (개편안의) 방향은 노동자의 주장이 아니다”라고 기존 근로시간제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특정주의 장시간 근로에 따른 과로 우려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보완책이 소용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를 대표한 조기현 유엔파인 대표는 “주 52시간제의 문제는 너무 급진적으로 도입됐고 유연성이 부족한 것”이라며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않으면 형사 고발이 이뤄지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식의 우려를 해왔다”고 말했다. 전 정부에서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 중소기업계에서는 인력난에 근로시간 부족이 겹치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학계를 대표한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편안의 연장근로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중소기업의 1주 평균 초과근로시간은 1.8시간이다, 최대 69시간 근로를 중소기업 현장에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국민에게 제대로 개편안 취지가 전달되지 못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기존 개편안에 대한 공론화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유 의장은 “개편안에 노동자를 보호할 수단을 넣거나 현장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는 노동자의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개편안에 담긴 근로자 대표제는 근로자가 근로조건을 선택하는 중요한 진전”이라며 “노사정이 휴가 활성화 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차관도 “장시간 근로 우대 기업문화, 상명하복, 일과 가정의 부조화 등 여러 현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 개편안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날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포괄임금제로 인한 공짜 임금을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며 “연장근로에 대한 오해를 없애도록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