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앱을 운영하는 플랫폼업체들이 초진(첫 진료) 환자까지 허용 범위를 넓혀달라고 요구하자 의료계가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 건강을 침해할 위험이 높은 데다 우리보다 앞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한 해외 국가들도 동일한 이유로 초진이 아닌 '재진' 환자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초진은 기존 질환이 아닌 새로운 질환에 대해 의사가 첫 진료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며 "시진·청진·촉진·문진·타진 등 기본진찰 방법과 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의 결과를 종합해 최종 확진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에 비해 비대면 진료는 제한적 청진, 문진 정도로 환자를 진단하기 때문에 오진 위험이 높고 환자 건강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연구소의 논리다.
연구소는 "코로나19 기간 한시 허용된 전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는 시진은 커녕 환자 본인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어 위험이 컸다"며 "향후 제도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전화진료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현황 실적' 자료를 공개하고 그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용 횟수를 단순 계산하는 수준이라 정밀한 검증이라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을 검증하려면 환자 개개인의 비대면 진료 이용 정보를 시간대별로 추적하고 건강 수치 변화나 합병증, 기타 질환 유무를 심도 있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일본, 호주, 프랑스 등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해외 국가들 역시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만 초진 환자에 대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기간에도 재진 환자 대상으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고, 프랑스는 재진을 원칙으로 삼는 대신 주치의 의뢰서가 있을 경우 초진을 허용했다. 일본은 2021년 8월부터 초진 환자에게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지만, 기존에 대면진료를 받아온 주치의가 발급한 의뢰서가 있어야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통용하는 '초진'과 다르다는 게 연구소의 지적이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해외 국가들의 정책을 살펴봐도 비대면 진료에서 초진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며 "초진 불가와 재진 환자 위주의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이러한 원칙에 동의했음에도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가 초진 허용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환자 건강에 대한 위험 부담은 오롯이 의사 책임이 된다. 무책임한 플랫폼 업체의 요구로 환자 건강을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양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