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최대 25%까지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의 첫 문턱을 넘었다. 적용 대상인 국가전략기술 산업으로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수소, 백신, 미래형 이동 수단이 규정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6일 조세소위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특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여야는 올 1월 발의된 정부안을 바탕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전략기술 산업 시설 투자에 대한 기본공제율을 대기업은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특법 개정안은 22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돼 30일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조특법에서 국가전략기술 산업을 반도체, 2차전지, 백신, 수소, 미래형 이동수단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안의 세액공제율을 수용하는 대신 조특법에 국가전략기술 산업 분야에 대한 규정을 요구했고 여당이 이를 받아들인 결과다. 현행법은 구체적인 기술의 범주와 분류를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개정안은 국가전략기술 산업을 시행령 대신 법으로 규정했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국가 안보 차원의 중요성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인정될 경우 시행령을 통한 산업 및 기술의 추가 지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야는 올해에 한해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기존 3%포인트에서 최대 10%포인트로 늘리는 임시 투자세액공제 도입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정부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 금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당초 민주당은 해당 제도 적용 대상에 일반 기술이 포함된 것에 반대했으나 이날 소위에서 결국 정부안을 수용했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통 크게 양보했다”고 합의 결과를 평가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대한민국도 이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여야 합의로 처리된 만큼 기존 우려를 해소하고 대한민국 경제가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갈 기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에서 자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특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대만·일본·유럽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만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반도체 등 시급성이 중요한 상황인 만큼 빨리 개정안을 만들어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