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여파로 위기설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의 짐 허버트 회장 등 경영진들이 주가 폭락 직전까지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그 베커 SVB 회장도 파산 직전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운데 이어 경영진들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정부 문서를 인용해 퍼스트리퍼블릭 경영진 6명이 1월 1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약 50일 동안 1180만달러(약 154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다고 보도했다. 허버트 회장은 1·2월 동안 450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 손튼 개인자산관리부문 사장은 올 1월 350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팔았고 데이비드 릭트먼 최고신용책임자(CCO)는 올해 3회에 걸쳐 250만달러 가량의 주식을 매도했다. 마이클 로플러 최고경영자(CEO)도 올 1월 100만달러를 매도했다. 릭트먼의 경우 SVB의 파산 이틀 전인 지난 6일까지 은행 주식을 팔았다.
이들은 퍼스트리퍼블릭 주식을 주당 123~145달러에 매도했다. 하지만 SVB가 파산한 후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가 폭락했고, 16일에는 경영진이 매도한 주가의 4분의1 수준인 34.27달러에 마감했다. 허버트 회장의 측근은 "자선 활동과 부동산 계획에 따라 자금 마련을 위한 일상적인 거래의 일부"라며 "올해 매도한 주식은 그가 보유한 은행 전체 지분의 약 4%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WSJ는 “퍼스트리퍼블릭은 S&P500 상장사 중 유일하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내부자 거래사항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내부자의 주식 거래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증권법에 따라 면제 받고 있어서, 이 같은 거래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거래 내역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보고하며, FDIC는 이를 개별 거래마다 인터넷에 공개한다. 김세화 콜럼비아비즈니스스쿨 교수는 WSJ에 “FDIC 사이트 내 내부자 거래 신고는 SEC에 신고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장에서 반향이 적다”고 지적했다.
미 당국이 베커 전 회장 등 SVB 임원들의 내부자 거래 여부를 조사 중으로 알려져 있어,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베커 전 회장은 SVB의 파산이 발표되기 11일 전인 지난달 27일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의 주식 360만 달러(47억6000만원) 상당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