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16일 저녁 가진 2차 돈가스 만찬에서 한국 소주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화답하며 일본식 증류주인 고구마 소주를 권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단독으로 가진 2차 만찬에서 한국과 일본의 대표 술을 권하며 친교를 쌓았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전날 1차 부부 만찬을 진행한 뒤 긴자의 노포인 ‘렌카테이'에서 2차 회동을 이어갔다. 이 곳은 128년 전부터 긴자에서 자리를 지켜온 곳으로 돈가스의 발상지로 알려져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맥주를 각각 마셨다. 윤 대통령은 즉석해서 양국 화합의 취지에서 한국 소주를 마셔보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권한 소주를 마신 기시다 총리는 한국 소주의 맛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사다 총리도 일본 술을 마셔보자고 권하며 고구마 소주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임기 동안 한일관계를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좋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 역시 한일관계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화답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두 정상의 1차 만찬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고향인 히로시마 니혼슈(일본술·청주)인 가모쓰루(賀茂鶴)를 꺼내서 대접했다. 긴자의 스키야키집인 요시자와에 예약하면서 가모쓰루를 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 가게는 이 제품을 취급하지 않았지만 두 정상에게 제공하기 위해 가모쓰루를 확보해 이 자리에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모쓰루는 히로시마 니혼슈의 특징이라는 ‘부드러우면서도 깊은맛이 느껴지는 단맛’으로 유명한 사케다. 히로시마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5월 조우할 수 있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만찬 장소인 스카야키집에서 두 정상은 맥주와 니혼슈를 마시면서 스키야키 코스 요리를 먹었다. 김건희 여사는 술이 아닌 음료수를 마신 것으로 전해졌고 기시다 유코 여사는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스키야키에 쓰인 소고기는 일본 소고기의 예술품으로 불리는 마쓰사카우시다. 한국에서도 ‘마쓰사카와규’로 잘 알려진 소고기다.
전날 만찬에서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대접한 만찬의 장소와 형식도 주목된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4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긴자의 유명한 초밥집인 ‘스키야바시 지로’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이 초밥집은 일본의 초밥 장인 지로 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한때 글로벌 미식 평론지인 미슐랭가이드 최고등급인 별 세 개를 획득하기도 한 곳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이곳에서 자신의 고향인 아먀구치현에서 만든 닷사이 사케를 직접 따르며 스킨십 외교를 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9년에도 미국 대통령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에게 도쿄 롯폰기의 한 화로구이집에서 만찬을 제공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고기와 닭고기 꼬치구이를 먹으며 아베 전 총리와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을 당시 기시다 총리의 부인 유코 여사가 기모노를 입고 고향 히로시마에서 공수한 찻잔에 일본 전통 다도 방식으로 녹차를 대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찾았을 때는 아베 전 총리가 문 전 대통령의 취임 1주년 축하 문구가 한글로 새겨진 딸기 케이크를 선물로 준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