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중국 ‘인지전’






2021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를 상대로 치밀한 '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을 펼쳤다. 5월 13일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통치 지역인 가자지구에 군사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다음날 이스라엘군이 트위터에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뉴스가 전해지자 하마스는 지상전 준비를 위해 지하에 은폐했던 무기를 이동시켰다. 무인정찰기를 통해 이를 포착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기 거점을 타격했다. 또 이스라엘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하마스가 민간인 지역에 무기를 배치하는 장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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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전은 가짜뉴스 등을 퍼트려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한편 민심을 교란해 적을 무력화하는 전쟁 개념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인지전을 지상·해상·공중·사이버·우주전에 이은 여섯 번째 전장이라고 부른다. 미국 육군은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지전을 ‘전투에 참가하는 전사와 민간인들의 인지 메커니즘을 조작함으로써 전쟁 의지를 훼손·말살시키는 비살상 전투’라고 정의했다. 과거의 심리전은 적군을 대상으로 전단 살포와 사이버 공격 방식 등으로 전개됐다. 반면 현대의 인지전은 적군과 적국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글로벌 미디어와 SNS를 주로 활용한다.

중국군은 2003년 인지전을 공식 전술로 채택하고 대만 등을 겨냥해 다양한 방식으로 인지전을 실행하고 있다. 대만 안보 책임자인 구리슝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이 19일 “중국 공산당이 최근 몇 년간 대만을 겨냥한 인지전을 늘렸으며 내년 1월 총통·입법원 선거에 개입하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대만 정부는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여론 조작에 동원될 수 있다고 판단해 민간 분야에서도 사용을 금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틱톡은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목돼 미국 등에서 퇴출되고 있다. 우리도 인지전에 대응해 긴장의 끈을 죄어야 한다. 한미 동맹 균열을 조장하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 내부 분열을 노리는 북한과 중국의 교란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할 때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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