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찬란하던 그 옛날의 ‘중년 등산복’이 아니다. 기존의 기능성은 기본이요, 편안함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고 아웃도어 패션이 2030 소비자를 흡수하며 급성장중이다. ‘젊은 일상복’으로의 전환이 시장 확대로 이어지면서 올해는 업계 최초의 ‘연 매출 1조 달성’ 기업도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3% 늘어난 764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7.1% 증가한 1825억 원을 보였다. 2021년 코로나 19에 따른 개인 스포츠(골프·등산) 인기로 호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웃도어를 활용한 패션 스타일이 유행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훈풍이 계속돼 올해 매출액이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단일 브랜드로 매출액이 1조 원을 넘는 경우는 나이키 정도가 꼽힌다. 국내 스포츠 의류 업계 1위 나이키는 2022 회계연도 기준(2021년 6월 1일~2022년 5월 31일) 1조 674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디다스와 2~3위를 다투는 뉴발란스의 매출액은 지난해 7000억 원을 돌파했는데 올해 흥행 분위기를 타고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아웃도어 패션의 ‘매출 1조’라는 이례적인 성과는 팬데믹 기간 나타난 ‘깜짝 호재’와 함께 업계가 펼친 발 빠른 소비자 분석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뜻하지 않은 특수를 맞았다. 골프와 등산 등 야외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집 근처 1마일 반경에서 입을 수 있는 편한 차림의 옷'을 의미하는 ‘원마일 웨어’ 스타일이 유행하면서다. 여기에 최근에는 2030세대 사이에서 ‘고프코어룩’이 인기를 끌면서 매장을 찾는 젊은 고객들이 더 많아졌다. 고프코어는 야외 활동을 하면서 먹는 견과류, 말린 과일류를 뜻하는 ‘고프(gorp)’와 평범하면서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놈코어(normcore)’를 합한 말로 아웃도어를 일상복으로 활용하는 패션 스타일을 말한다. 업계는 국내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2020년 2조 3900억 원에서 2022년 약 6조 원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웃도어 특수에 디스커버리·K2·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브랜드들도 노스페이스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등산복에 쓰는 기능성 소재에 일상복·스포츠 의류 느낌의 스타일을 가미해 젊은 세대를 집중 공략하는 등 ‘물 들어올 때 노 젓기’에 나섰다. 코오롱스포츠의 지난해 매출액은 140%나 늘어난 3500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첫 선을 보인 환절기 일상복용 웨더코트와 스니커즈 디자인에 등산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엮은 하이킹화가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F&F의 디스커버리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1.5% 늘어난 4910억 원으로 추정된다. K2는 지난해 4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K2 관계자는 “올봄 시즌으로 선보인 플라이슈트의 초도 물량이 완판될 것으로 예상돼 재주문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아웃도어 업계는 아이돌 스타와 배우 등을 앞세워 등산복의 일상복화, 저연령화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K2는 2017년 배우 수지를 모델로 발탁해 올해로 7년 연속 모델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과 배우 박보검을 모델로 기용했다. 블랙야크는 가수 아이유, 배우 손석구를 전속 모델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