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규제 푼다더니"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 '비대면 진료' 문턱 더 높인 法 발의

비대면 진료 관련 4번째 의료법 개정안 등장

재진·의원급 한정 외에 원격진료실 등 조건 강화

대통령 인수위가 지난해 닥터나우 사옥에서 비대면 진료 체험 및 참관 중인 모습. (왼쪽부터)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 박수영 위원, 장예찬 단장). 사진 제공=닥터나우대통령 인수위가 지난해 닥터나우 사옥에서 비대면 진료 체험 및 참관 중인 모습. (왼쪽부터)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 박수영 위원, 장예찬 단장). 사진 제공=닥터나우




정부가 제도화를 추진 중인 비대면 진료의 '허용 범위'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규제 수위가 한층 높아진 법안이 국회 발의됐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오는 21일 오전에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 법안소위원회에서 심사될 예정이다.

국회에는 최혜영,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총 3건이 계류 중이었다. 이번 신 의원 발의안까지 총 4건으로 늘어난 셈인데, 향후 법안소위 비대면 진료 제도화 심사 안건으로 포함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신 의원은 새로운 법안에서 비대면 진료를 '비대면 의료'로 명명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환자를 1회 이상 대면해 진료한 경우에 한해 비대면 의료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비대면 진료를 초진(첫 진료)이 아닌 '재진 환자'로 한정한 점은 기존 법안과 유사하다. 최 의원과 이 의원 발의안도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을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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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들 두 법안은 격오지, 교정시설 수용자, 군인, 국외 거주 등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초진이라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뒀다. 특히 이 의원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에 대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법안에 담아, 한층 유연하다고 평가받는다. 반면 신 의원안은 이러한 확대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아니라 예외조항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가장 규제가 강화된 비대면 진료 허용 법안이라는 평가가 제기되는 이유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스위치22에서 열린 '보편적 의료체계를 촉구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성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이다. 사진 제공=원격의료산업협의회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스위치22에서 열린 '보편적 의료체계를 촉구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성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이다. 사진 제공=원격의료산업협의회


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와 협의를 거쳐 지난 2일 발표한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은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앱을 운영하는 플랫폼 업체들은 초진 환자로 넓혀 달라고 요구한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앱을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처음 받는 이용자 99%는 가벼운 증상을 가진 초진 환자"라며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규제를 푸는 게 아니라 역 규제”라고 토로했다. 병원 대기가 길까 봐 중간에 못 가는 직장인, 아이가 아픈데 회사가 걸리는 워킹맘, ‘소아과 대란’으로 야간 진료 찾는 부모와 같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필요한 이용자들의 의료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란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더욱 규제 수위가 높아진 의료법 개정안이 등장한 것이다. 신 의원안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비대면의료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의료기관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내용과 '비대면 진료만 하는 의료기관은 운영이 불가하다'는 조항도 포함했다. 데이터 및 화상을 전송·수신할 수 있는 단말기, 서버, 정보통신망 등의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뿐 아니라 '원격진료실'까지 따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참여를 배제한 데서 한술 더 떠 원격진료실을 운영할 공간이 따로 없는 영세한 소형 의원들도 비대면 진료가 제한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신 의원안은 '비대면의료를 하는 의사 등은 화상을 통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도 명시했다. 코로나19 당시 활용됐던 전화가 아니라 '화상'으로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신 의원은 "일차의료인 의원에서 재진 이상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게 하고 비대면을 전담으로 하는 의료기관은 지양해 의료체계 왜곡을 막으려 한다"며 "동네주치의 같은 의사가 나에게 단골로 오는 지역주민 환자를 대면과 비대면 의료를 접목해 양질의 체계적인 진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계는 "비대면 진료를 가로 막는 규제를 푼다더니 사실상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가장 강력한 규제를 담은 법안 발의자가 의사 출신의 신 의원이라는 점에서 의협 등 의사단체의 입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신 의원은 가톨릭관동대의대를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을 역임했고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긴급 출동한 명지병원 재난의료재난팀(DMAT) 차량에 탑승해 현장 도착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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