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웅남이'로 장편 상업 영화 데뷔를 한 코미디언 박성광이 '웅남이' 감독에 도전하며 직면했던 고충을 밝혔다.
'웅남이'(감독 박성광)는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의문의 존재 웅남이(박성웅)가 국제범죄조직 체포 작전에 투입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16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성광은 긴장한 모습으로 현장에 등장했다. 그는 "결혼하는 것 외에는 (인터뷰를) 할 일이 없다. 그때도 코로나 때문에 못 했었다. 긴장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코미디언으로서 영화감독에 도전하기까지 그는 쉼 없는 여정을 달려왔다. 처음에는 배우에게 접촉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는 "코미디언 출신 연출자가 A급 배우와 접촉할 기회가 없다. 그런데 박성웅 선배가 아니면 연락할 수가 없었다"며 어려웠던 캐스팅 비화를 언급했다.
박성광은 '신세계'(감독 박훈정) 개봉 이전에 박성웅을 만났다. 그는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다. 대학로 생활도 많이 했고 꿈이 확고하고 열정이 가득했다. 이 사람을 앞으로 자주 못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바빠지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박성웅을 처음 봤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스케줄이 비어있다는 소리를 듣고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하지만 카톡을 남겼다. '형님'이라고 했는데 바로 답이 없으시더라.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웃음) 형님을 위해 썼다고 대본을 보여드렸는데 대본 버릴까 봐 나갈 때까지 지켜봤다"며 농담을 던졌다.
박성광은 끝내 박성웅과 협업하게 된 감동적인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박성웅 배우가) 많이 봐도 두 시간에서 세 시간 후에 연락이 온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 왔다. 연락이 안 와서 4일째에 짐 싸고 집에 가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았을 때 기분이 안 좋길래 거절하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수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같이 해보자고 캐스팅 보드에 내 이름을 올려라고 했다"며 감동적이었던 순간을 다시금 회상했다.
박성광은 이번 영화를 통해 초보 감독으로서 많은 도전을 직면했다.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촬영 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최민수 배우의 사고 소식에 대해 언급했다.
"촬영 순서를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사고 치셨나 했는데 교통사고였다. 많이 다치셨다고 해서 촬영을 다 취소했다. 어떻게 촬영해야 할지, 역할을 바꿔야 할지 3일 동안 멘탈이 나가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찰나에 사고 기사를 봤는데 최민수 선배님이 너무 웃고 계시더라. 다행히 우리 걱정보다 괜찮다는 생각이 드니 너무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에 다 촬영을 마쳤다.
더불어 그는 초보 감독으로서 실수를 한 경험도 토로했다. 그는 "심적으로 힘들고 나 혼자 일하는 것 같이 느껴질 만큼 자격지심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때 배우들에게 실수를 많이 했다. 빨리 보내드렸는데 안 찍은 신을 발견해서 다시 찍으러 오라고 한 적도 있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코미디언 출신인 만큼 더욱 큰 무게를 지고 있었다. 영화감독의 꿈이 간절했던 만큼 코미디언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깰지 고민했다. 그는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어떻게 보면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인플루언서 분들 모시고 시사를 했는데 호불호가 갈리더라. 너무 큰 욕심내지 말고 대중들의 편견에 부딪혀보고 깨지기로 했다. 어차피 각오하고 만든 영화였다. 나 때문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후배들이 다시 영화감독을 못 하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정통이 아니라 영화가 가볍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보고 '영구와 땡칠이 만드는 거지?'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것 자체가 선입견이라고 생각했다"며, "직업을 숨기고 이름을 숨길까 하다가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코미디언인데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하면서 운 적도 있었다. 그래도 후배가 가는 길에 좋은 이정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성광이 연출을 맡은 '웅남이'는 오는 22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