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약사 보령(003850)이 우주 개척에 드라이브를 건다. 보령은 미국 엑시엄 스페이스와 한국에서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해 우주 개발 관련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지만 향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정균 보령 대표는 2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엑시엄 스페이스와 한국에서 JV를 설립하는 것으로 전일 합의했다”며 “세부사항은 양사 간 논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V를 설립해 지구 밖 저궤도의 우주 정거장에서 발생하는 건강 문제 관련 연구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다만 구체적인 출자 금액 등은 밝히지 않았다. 우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물적 분할 등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자금 조달과 관련해 “추가 부채를 발생시키지 않는 선에서 잉여 현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엑시엄 스페이스는 나사 직원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을 대체하는 민간 우주 정거장을 건설하겠다는 일념으로 창업한 회사다. 지난해 30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약 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은 지난해 엑시엄 스페이스에 두 차례 걸쳐 6000만 달러(한화 약 785억 원)를 투자했다. 지구에서 쓰이는 약들이 우주에서도 같은 효과를 갖는지 등 임상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투자 규모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다.
지난해 대표로 취임한 김 대표가 주주들 앞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열린 주총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주주들의 질문이 쏟아지며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그동안 김 대표가 주주들의 이익을 배제한 채 경영을 해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대표는 “앞으로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해나갈 것”이라며 “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최대한 투명하고 즉각적으로 소통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보령 주가는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지난해 1만 6000원으로 유상증자를 시행할 때 참여했지만 현재 주가는 반토막난 8000원”이라며 “장기적 사업도 좋지만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제고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주주는 “제약 회사가 우주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자사주 소각 등을 포함해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방안들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