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성인의 16%가 암호자산(크립토)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점은 나의 골칫거리 중 하나(one of headache to me)”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21일 공개된 국제결제은행(BIS)이 ‘국가별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도입 추진 경험과 계획’을 주제로 한 고위급 패널 토론에서 이같이 밝혔다. 12일 사전 녹화된 이번 토론은 신현송 BIS 조사국장이 진행을 맡았고 이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이 참여했다.
이날 이 총재는 “(한국은) 암호자산 거래가 잘 발달돼 있고 디지털화가 높은 수준으로 진행된 국가 중 하나”며 “비트코인 거래 비중이 세 번째로 큰 나라로 전체 거래의 50% 이상이 원화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의견도 다양한데 일부는 완전히 속임수이며 금지돼야 한다고 믿는 반면 젊은 세대들은 CBDC가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암호자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이달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암호자산은 투자 대상으로서 여러 위험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암호자산 시장과 기존 금융시장 간의 연계성 확대는 중장기적 시계에서 금융 안정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정보기술(IT) 기업과 은행·개인들이 CBDC 도입에 긍정적인 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IT 기업들은 ‘한은의 결제 시스템에 참가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