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경제의 방향은 불확실하지만 기준금리를 (올해) 인하한다는 것은 연준의 기본 전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성명서와 발언 곳곳에서 정책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 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성장이 다소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은 천천히 감소하는 동시에 노동시장에 수급은 계속 조정이 될 것”이라며 “연준은 아주 높은 가능성으로(most likely) 경제가 이런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고 있고, 이에 연준 위원들은 올해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사태로 연준이 연내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반박한 발언이다.
연준은 이날 3월 FOMC 성명문을 통해 기존 4.5~4.75%이던 기준금리를 4.75~5.0으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9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새로운 기준 금리는 2007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새롭게 업데이트한 경제전망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5.1%로 제시해 12월과 동일한 전망을 유지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종 금리는 이전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예고했지만 SVB 사태를 겪으며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내년 금리 전망은 12월 4.1%에서 4.3%로 높아졌다.
파월 의장은 상업용 부동산 등 추가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미국의 은행시스템은 건전하고 회복력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SVB 사태에 대해서는 “일종의 아웃라이어(outlier)”라며 금융시스템 전체의 기초 체력 문제라기 보다 개별 은행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도 “금리 중단도 고려하긴 했다”며 “다만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력하게 나오면서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의에서 상당수의 위원들이 (최근 금융 불안으로) 신용(자금 조달) 조건이 다소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며 “이는 실제로 우리가 하는 (금리 인상)정책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이에 위원들은 이를 금리 결정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시장의 위축이 실제 금리 인상 효괄를 내 경제 둔화가 본격화할 경우 통화 정책도 강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파월 의장은 앞으로 고용 등 경제 지표 외에 신용시장의 경색 여파도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금융 조건의 긴축은 원칙적으로 금리 인상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 될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러한 평가를 정확하게 내릴 수는 없지만 신용긴축의 실제 효과와 예상 효과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상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연준은 성명문에서 그동안 금리인상기조를 상징하는 표현이었던 ‘목표범위 내에서 금리 인상을 지속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대신 “추가적인 정책 확인(policy firming)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로 수정됐다. 금리 인상을 단정하기보다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리콘밸리은행(SVB)붕괴 등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혼란의 후폭풍을 주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이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지난 FOMC보다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 전망에 대한 질문에 “이번 (금융불안) 사태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다만 여전히 연착륙으로 가는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2월 FOMC에서 “연착륙이 기본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