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식사 도중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가장이 2명에게 새 삶을 주고 하늘의 별이 됐다.
2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한형귀(53)씨가 지난 15일 원광대병원에서 간장, 신장을 기증해 2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충청남도 홍성에 살던 한 씨가 쓰러진 건 지난달 22일이었다. 지인과 식사 중 갑작스럽게 쓰려져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사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자 한씨의 가족들은 장기기증을 결정하게 됐다.
가족들에 따르면 충남에서 2남 5녀 중 셋째로 태어난 한 씨는 진중하고 표현은 서툴지만 정이 많은 성격이었다.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돕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심장병 어린이 모금 등 나눔과 봉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번 기증은 한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어 듣는 이들을 더욱 뭉클하게 만든다. 한씨의 첫째 매제가 작년 7월 뇌사상태에서 장기기증을 실천하고 하늘나라로 간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짧은 기간 동안 가족 중 두 명을 하늘나라로 보낸 것에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고 슬펐지만, 장기기증이란 좋은 일로 이 세상 어딘가에 우리와 함께 있다는 위로를 받은 경험을 되살려 기증을 결심했다.
한 씨의 동생 한미숙 씨는 “오빠, 오래 객지 생활을 하다 돌아와 아픈 엄마의 병간호를 오랫동안 한 거 정말 고마워. 싫은 소리 한 번도 안 한 그 따뜻한 마음 오래 간직할게. 하늘에 별이 되어 세상을 새롭게 비추게 된 오빠와의 이별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영원히 기억할게. 사랑합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작년 7월 기증 경험을 통해 숭고한 생명나눔이 새 삶을 받은 이식수혜자뿐만 아니라 기증자유가족도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주신 가족분들의 아름다운 생각에 감사드린다”며 “생명나눔을 실천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의 뜻을 잘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