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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업계 1위도 불발"…‘255억’ NH스팩 상장 철회

올 상장 철회 KB스팩 이어 두 번째

수요 예측 부진에 청약 무기한 연기

전문가 “대형 스팩 당분간 성장통”





NH투자증권(005940)이 올 첫 대형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로 내놓은 엔에이치기업인수목적29호(NH스팩29호)가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을 철회했다. 시장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수백억 원 규모 대형 스팩들이 연달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모습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스팩29호는 전날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21~22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 지 하루 만에 내린 결정이다. NH스팩29호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최근 공모 시장의 제반 여건을 포함, 투자자 보호 사항 등을 고려해 공모를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KB스팩24호에 이은 두 번째 상장 철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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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NH스팩29호는 공모 규모 255억 원(공모가 2000원)에 발기인 물량 45억 원(초기 출자 16억 원, 전환사채 29억 원)을 더해 총 300억 원 조달을 목표로 했다. 티에스인베스트먼트, 브릭인베스트먼트, 브레인자산운용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통상 스팩이 4배 이상의 기업과 합병하는 점을 고려하면 1000~1200억 원 사이의 비상장사와 합병이 예상됐다. NH스팩29호는 신재생에너지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정보기술(IT) 등 분야에서 합병 대상 기업을 찾을 계획이었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유일한 목적으로 설립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상장 후 3년 이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청산 절차를 밟는다. 원금 보장이라는 안정성 덕에 시장 변동성이 컸던 지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2010년 스팩 도입 이후 최근까지 스팩 상장 29건, 합병 상장 17건이라는 성적을 거둔 스팩 업계 1위 증권사다.

NH스팩29호까지 상장 계획을 잠정 중단하면서 대형 스팩에 대한 투자 심리가 여전히 냉랭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앞서 상장한 400억 원 규모 삼성스팩8호(448740)의 주가는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고, 700억 원 규모 미래에셋드림스팩1호(442900)는 일반 청약에서 미달이 났다. 400억 원 규모 KB스팩24호도 9일 상장을 철회하며 올 첫 낙마 스팩이라는 오명을 썼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팩 규모가 클수록 합병 대상 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대형 스팩들의 고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스팩 시장은 지금까지 100억 원 안팎 스팩들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며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수백억 원 규모 스팩들은 아직 합병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첫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성장통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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