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하에 핵무인수중공격정(핵 어뢰) 수중 폭발 실험을 했다고 24일 공개했다. 수중 드론 형태의 핵 어뢰는 59시간 12분 동안 동해에서 잠항하다가 폭발했다. 59시간의 잠항이 사실이라면 남한 전역의 해안을 타격하고 미군의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까지 참석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맞춰 핵 어뢰 실험을 공개한 것은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 천안함 폭침과 유사한 도발도 언제든 감행할 수 있다는 위협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
핵 어뢰 공격은 지상 고정 발사대 또는 차륜 이동식 발사대(TEL)를 주로 겨냥하는 우리의 3축 체계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한국형 3축 체계는 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KAMD)·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이 이날 함께 공개한 전략순항미사일도 동해안을 8자 형태로 1500~1800㎞가량 비행한 뒤 고도 600m에서 폭발했다. 저궤도로 방향을 바꿔가며 비행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은 탐지와 요격이 더 어렵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열차, 저수지, 골프장 호숫가, 공항, 잠수함, 야산 땅속 등에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등 핵 투발 장소와 수단을 다양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의 3축 중 킬체인과 KAMD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북한이 핵 투발 다양화로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사이 우리의 3축 체계는 문재인 정부 5년간 흔들리고 무너졌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킬체인을 금기어처럼 취급했고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도 중단했다. 남북·북미 대화 제스처 속에서 핵·미사일 고도화에 주력해온 북한의 도발 위협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실질적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도 한국형 아이언돔, 첨단 중장거리미사일 개발과 조기 전력화 등으로 3축 체계를 고도화하고 미국 핵우산의 신뢰도를 높여 확장 억제를 강화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지 6년 만에 원격 발사대 훈련을 처음 실시했다고 24일 밝힌 것은 확장 억제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로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는 것이 서해수호 용사의 뜻을 받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