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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정훈 PD, '그알' 반작용으로 만든 '국가수사본부'

배정훈 PD / 사진=웨이브 제공배정훈 PD / 사진=웨이브 제공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Y' 등을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연출한 배정훈 PD가 이번에는 OTT로 무대를 옮겼다. 전국 형사들을 따라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걸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국가수사본부'는 대한민국의 낮과 밤,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끝을 보는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배 PD가 '국가수사본부'를 기획하게 된 건,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Y'를 제작하면서 생긴 반작용 때문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주로 경찰이 잘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판단을 했던 이야기를 찾아다닌다. 그러나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취재 과정에서 접하는 95%의 이야기는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신뢰가 생긴 경찰을 사석에서 만나다 보면 절 꾸짖더라고요. '왜 맨날 우리가 잘못한 것만 찾아다니냐'고하셨죠. 그때 전 '내가 왜 양적으로도 많은, 좋은 이야기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극소수의 이야기만 찾아서 헤맬까' 싶었어요. 이번에 '국가수사본부'를 기획하면서 그 고민을 풀고 싶었죠."

SBS가 아닌 웨이브라는 OTT를 선택한 것도 기회 의도와 맞닿아 있다. 방송 특성상, 편성 시간이 있고, 마감 날짜가 정해져 있다. 시청자와의 약속인 방송 시간은 당연히 지켜야 될 일이다. 그러나 OTT는 사전 제작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기획의 중요한 효소 중 하나는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질문을 남기지 말자'였어요. 사건이면 사건, 이야기면 이야기. 결말을 담아 보는 게 목적이었어요. 그러려면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특히 사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더욱 그렇죠."

"프로그램을 만들 때 제작자가 고민하는 지점이 다양한데, 작게는 음성과 화면 처리예요. 크게 보면 앵글의 각도 하나하나도 볼 수 있죠. 저도 15년 정도 PD 생활을 하면서 이런 부분을 늘 고민했고요. 그때마다 선택은 관습이었어요. 남들 해왔던 대로, 하던 대로 따라간 거죠. 이번에는 이런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총합의 선택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또 시간이 필요하죠. OTT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TV 프로그램 파일럿을 기획할 때 3개월 제작한다면, '국가수사본부'는 1년 정도 제작했어요."



'그것이 알고 싶다'와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이미 일어난 사건 중 해결되지 못한 사건을 선정했다면, 이번에는 사건을 기다리다가 발생하면 카메라가 따라가는 방식으로 촬영됐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명 '뻗치기'를 한 거다. 일단 사건을 따라가다 촬영한 후, 어떤 사건을 담을지는 추후에 고민했다.

"선정은 촬영이 모두 종료된 뒤에 했어요. 방송에 나가는 건 극히 일부예요. 사건들 중에 경찰관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의 생생함과 노고, 피해자의 아픔 등을 선별했습니다."

카메라는 경찰 내부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여느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을 많이 보여준 것이다. '국가수사본부'에는 경찰청 내부, 회의하는 모습, 과학 수사를 하는 모습, 취조실 등이 등장한다. 배 PD도 이렇게 깊이 들어간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당연히 많은 제약들이 있었어요. 갈 수 없는 현장, 접근하지 못하는 정보도 있었죠. 보도 규칙과 경찰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철저히 움직였습니다. 제가 들어간 부분은 경찰 측과 충분히 약속하고 간 거예요. 보는 분들은 본 적 없는 그림도 많았을 거고요."



이런 장면들은 사건의 현장감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카메라의 시점을 움직여 생생함을 더한 게 연출 방식이었다. 기존 프로그램에서는 PD가 카메라 앞에 서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취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콘텐츠에서는 카메라가 지극히 관찰자 시점으로 나온다.

"댓글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막내 형사가 돼서 수사 현장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예요. 카메라가 딱 그 위치였으니 맞죠. 저희는 상황을 과장하지 않고, 축소하지도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렸어요. 그래서 더 생생하게 느낀 게 아닐까요?"

일각에서는 '국가수사본부'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의 생생함, 범죄 수법의 자세한 설명 등이 모방 범죄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배 PD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건 의미가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알아야 할, 공익적인 목적이 있는 사건을 다루길 바랐아요. 그중 하나가 마약이 될 수 있고, 보이스피싱이 될 수 있어요. 두 가지 유형의 범죄를 소화하는데 당연히 범행 수법이 나와요. 모방 범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이런 범죄 수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범죄를 알아야 예방이 되잖아요. 두 가지 시선에 대해서는 존중합니다."



부산 양정동 모녀 살인사건 편에서는 피해자의 사진과 실명이 그대로 방송됐다. 배 PD는 가족들을 만나 프로그램의 취지와 의도를 설명하며 사진과 이름을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했다고 회상했다. 장례를 치른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만났기에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두 분의 잘 나온 사진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행복한 모습이 잘 담겼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들은 잘못한 게 없잖아요.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죠. 전 '방송이 임박할 때까지 충분히 고민해 보시라'고 했어요. 그쯤 가서 다시 연락해보니 여전히 같은 입장이었고요."

해당 사건의 현장은 피가 낭자했다. 배 PD는 모자이크 대신 피 색깔을 아예 지우는 방법을 택했다. OTT로 자리를 옮긴 만큼, 선정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오히려 선정성을 더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TV에서 제작할 때는 이런 걸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그저 관습대로 모자이크를 했겠죠. 이번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현장이 피가 낭자했는데, 저는 흑백에 가까운 톤을 잡은 거예요. 'OTT인데 더 보여줘도 되지 않냐'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피의자의 인권을 다루는 문제도 중요했다. 유죄 확정이 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르는 게 우선이다. '국가수사본부'에 나온 피의자는 모두 기소가 됐고, 유죄 판결은 받은 상황이라고. 양정동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만 1심 재판 중이라, 일부 대역을 쓸 수밖에 없었다.

"OTT는 양날의 검이에요. OTT에서 만드는 콘텐츠는 방송법 적용 대상이 아니거든요. 어디까지 허용해야 되는가에 대한 협의는 아직 없고, 아주 초기 단계예요. 사회적 논의나 제작자들의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여러 가지를 세심히 살피며 배 PD가 '국가수사본부'를 만든 이유는 그 안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만들어내기 어려운 실제 이야기를 잘 가공해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건 그에게 즐거운 일이다. 사람들이 실제 이야기에 반응하는 게 오래된 본능이라는 점도 그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

"지금까지 저도 다양한 이야기를 만났어요. 때론 가슴 아프기도 했고, 때론 무섭기도 했죠. 그런데 이 이야기를 저만 아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취재를 하다가 접었던 듀스 故 김성재 사건도 그래요. 그 안에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단지 재미로만 따지는 게 아니라, 사실 관계를 공유하고 싶죠."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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