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그룹의 싱크탱크인 LG경영개발원이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는 인공지능(AI) 연구원이 빠르게 외형을 키워가는 동시에 차세대 사업 관련 연구 및 컨설팅도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경영개발원의 지난해 매출은 2046억 원으로 전년(1447억 원)보다 41% 올랐다. 같은 기간 세전이익(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 영업손익)은 81억 6100만 원으로 전년(8억 8900만 원) 대비 820% 증가했다. 2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당시 LG경영개발원은 매출 854억 원, 세전손실 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배 훨씬 넘게 뛰었고 이익 부문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LG경영개발원은 LG경영연구원(옛 LG경제연구원)과 임직원 교육 연수 기관인 LG인화원이 통합해 출범한 법인이다. 2020년 12월 AI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AI 전담 연구 조직인 LG AI연구원이 추가됐다.
이익 규모 확대는 출범 만 2년을 넘긴 LG AI연구원의 세 확장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았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전년(182억 원) 대비 146% 증가한 448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경영개발원 내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커졌다. LG경영개발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산하 조직별 매출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 같은 급속 성장 기조가 지속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사명을 바꾸며 내부 경영 집중의 의지를 밝힌 LG경영연구원의 경영 정보 서비스 증가도 부가적인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이슈에 미중 패권 다툼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의 급변으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계열사 내 전문 컨설팅 수요가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LG경영연구원은 LG그룹의 차세대 사업인 전기차 및 전자 부품, 로봇 등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조정, 중장기 사업 전략, 조직 역량 강화 등의 영역에서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의 주요 수익원은 그룹 계열사 위주로 진행되는 AI 관련 연구 용역이다. 계열사들이 산업 현장의 난제를 제시하면 AI 연구원이 솔루션을 제시하고 계열사와 협업해 이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협업의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국가별·지역별 제품 판매에 대한 수요 예측 모델을, LG이노텍은 카메라 렌즈 공정의 최적화 솔루션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항암 백신 신항원,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황 배터리 전해질,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고효율 발광 재료를 발굴하는 AI 모델 등도 개발했다.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싱크탱크의 외연 확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올해 상반기 초거대 AI ‘엑사원’을 기반으로 한 전문가형 AI 서비스 출시가 예정돼 있다. 챗봇형 AI인 챗GPT 등과는 달리 정보기술(IT), 금융, 의료, 제조, 통신 등 여러 분야 전문 지식을 습득해 산업 현장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회사 관계자는 “전문가형 AI 서비스가 출시되면 계열사와 파트너사들에 제공해 일차적으로는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다양한 활용처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LG AI연구원 내에서도 자체 팀을 꾸려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6일 AI·바이오·클린테크 등 신사업 관련 인재 400여 명을 초청해 4년 만에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서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과 혁신’,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과 인재’가 소중하다”며 그룹 차원의 연구개발(R&D)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