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성들이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숱한 성희롱과 성추행에 맞서기 위해 각종 도구를 총동원해 스스로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BBC의 기타 판데이 기자는 “수십년 전 서벵골주 콜카타에서 대학생이었던 자신과 친구들은 사람들이 가득 찬 버스와 트램을 타고 등하교 하면서 늘 우산을 챙겼다”며 이렇게 밝혔다.
판데이 기자는 이어 “많은 여대생이 다가오는 남성의 손을 할퀴려고 손톱을 날카롭게 길렀다”며 “승객들이 서로 밀착한 틈을 타 뒤에서 남성들은 주요 부위를 밀착시키는데 그때에는 하이힐로 맞섰다”고 말했다.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는 ‘옷핀’을 꼽았다.
실제로 몇 달 전 트위터에선 언제나 옷핀을 들고 다닌다는 인도 여성들의 고백이 이어졌다.
그 중 한 명인 디피카 셰르길은 “20세였던 때 40대 중반의 남성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며 “소심한 성격 탓에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점점 그 정도가 심해지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셰르길은 평소 신던 굽 없는 구두 대신 하이힐을 신었고 옷핀을 챙기고 통근 버스에 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그 남자가 제 가까이 서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 남자의 발가락을 힐로 짓눌렀다. 숨을 헐떡이더라. 기뻤다. 그리고 옷핀을 꺼내 팔뚝을 찌르곤 재빨리 버스에서 내렸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통쾌한 듯 자랑했다.
셰르길은 그 뒤 일년 동안 같은 통근 버스를 탔지만, 한 번도 그 남성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30대 여성은 남부 케랄라주 고치와 벵갈루루 지역을 오가는 야간 버스에서 한 남성이 반복적으로 자신을 더듬으려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스카프를 매기 위해 들고 있던 안전핀이 자신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옷핀으로 그 남성을 찔렀다. 물러나면서도 계속 반복해 성희롱을 시도했다. 그래서 계속 찔렀다. 그랬더니 마침내 물러났다. 옷핀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당시 그 남성의 뺨을 때리지 못한 것이 바보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한편 지난 2021년 인도 내 14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도 여성의 56%가 대중교통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했다는 비율은 2%에 불과했다. 또 52% 이상이 “(성폭력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교육 및 취업 기회를 거절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