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 촉구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검찰에 체포됐다.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계엄령 문건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오전 6시 34분께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조 전 사령관에 대해 체포 영장을 집행한 뒤 청사로 압송했다.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한 지 5년 3개월 만이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을 상대로 문건 작성 이유와 도주 정황 등을 신문한 뒤 체포 시한이 만료되기 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 전 사령관은 이날 취재진에게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는 등 무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계엄 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서 귀국했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계엄 문건의 본질이 규명되고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는다. 당시 문건은 탄핵 심판 이후를 가정해 계엄령을 검토하고 군대를 투입하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내란 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을 대상으로 문건 작성 경위와 의도·목적 등을 수사해 문건 자체의 위법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