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은이 비은행권 PF 집중 점검하는데 새마을금고만 빠진 이유 [조지원의 BOK리포트]

금융시장 위기감에 PF 사업장 전수 조사

건설·부동산 연체 증가 새마을금고만 빠져

"감독 권한 달라 자료 공유 원활치 않아"

지역개발 등 새마을금고 취지 내세워 반대

위기 생기면 발권력 필요한데 캄캄한 상황





국내 금융시스템 리스크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한국은행이 최근 새마을금고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세부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포괄적 감독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격이 유사한 농협, 수협, 축협, 신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과 달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건전성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업 관련 대출 연체액이 급증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으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당국 간 자료 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SVB 사태서 드러났듯이 작은 부실도 금융시스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발 빠른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 세 번째)가 지난 23일 금융안정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 세 번째)가 지난 23일 금융안정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한은 “새마을금고 관련 통계 입수 어려워”


한은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금융안정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115조 5000억 원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91조 2000억 원이고 유동화 증권 채무보증이 24조 3000억 원에 이른다. 한은은 비은행권 전반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PF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부실 위험이 커졌다고 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문제는 한은의 내놓은 비은행권 부동산 PF 익스포저 현황엔 새마을금고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반면 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다른 상호금융은 대부분 포함됐다. 한은은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비은행권 전체 PF 사업장별로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까지 세부적으로 분석했으나 여기에도 새마을금고는 제외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금감원을 통해 자료를 이용하고 있는데 관련 통계 입수가 어렵다”며 “다만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의 PF 등 세부 자료는 포괄적 감독권을 가진 행안부가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이 행안부나 새마을금고 측에 요청해서 받으면 한은이 다시 금감원에 요청해야만 확보하는 방식이다. 여·수신 현황이나 연체율 등 기초 자료는 한은도 가지고 있지만 새마을금고의 PF 대출이 어떤 식으로 구성돼 있는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정작 중요한 미시적인 자료는 전혀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감독 권한 분리돼 사각지대·형평성 논란 지속


새마을금고가 다른 상호금융과 달리 자료 확보가 어려운 것은 감독 권한이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법을 살펴보면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와 중앙회에 대해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신용·공제사업은 행안부와 금융위가 협의해 감독하게 돼 있다. 반면 농협이나 수협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포괄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같지만 조합의 신용사업이나 농협·수협 은행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가 감독·명령할 수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새마을금고의 금고 수는 1300곳으로 총자산 규모만 200조 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 총자산은 284조 원으로 불어나면서 연내 300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거래자만 2089만 명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상호금융 중에서 새마을금고보다 자산규모가 큰 곳은 농협뿐이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지 않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다른 상호금융기관과의 형평성 논란이 계속 불거졌다. 실제로 금융사고와 부실대출 논란도 불거지면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새마을금고도 금융위 감독을 받게 해야 한다는 여러 법안이 발의됐다. 다만 대부분이 실효성 논란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가장 최근인 2021년 1월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도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지역개발 취지 살리려면 행안부가 맡아야 주장도


이 의원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권한을 바꾸지 않더라도 현행 감독체계제도를 통한 개선 여부나 감독체계 이원화에 따른 부작용 등 실효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도 새마을금고는 금융위·금감원 협의·감독에 따라 매년 정부합동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상호금융정책협의회나 상시감시협의체 등을 통해 다른 상호금융권과의 규제 차이도 개선하고 있다. 감독체계가 바뀌면 건전성 위주로 감독이 이뤄지면서 새마을금고가 담당하는 지역 사회개발이나 사회공헌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연계사업을 하려면 행안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가 구제금융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금융위가 직접 감독에 나설 기회가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신협(5조 원), 농협(9000억 원), 수협(1조 2000억 원), 저축은행(8조 5000억 원), 은행(86조 9000억 원) 등 대부분이 구제금융을 받았으나 새마을금고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바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협이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을 받은 이후 금융위 감독을 받게 됐는데 신협과 성격이 가장 유사한 새마을금고를 아직 행안부에서 담당하는 건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행안부 입장에서도 새마을금고 감독 권한을 놓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앞. 연합뉴스한국은행 앞. 연합뉴스



최종대부자 역할해야 하는데 깜깜이는 문제


문제는 금융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SVB 사태서도 볼 수 있듯이 대응 속도에 따라 시장 피해 규모가 달라지는 만큼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당국의 사태 파악이 시급하다.

다만 행안부는 금고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방안이 포함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한 만큼 금감원 이외의 전문기관에도 금고 검사 협조 요청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해 감독검사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조지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