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영수 전 국정농단사건 특별검사의 주거지·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이른바 ‘50억 클럽’을 겨냥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온 지 두 달여나 지나 재수사에 착수한 데다 국회에서 ‘50억 원 클럽 특검 도입 법안’에 대한 논의마저 본격화되고 있어 ‘늑장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30일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의 주거지·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결제 서류, 은행 거래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해 비공개 소환 조사를 벌인 적은 있으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박 전 특검이 이사회 의장이 재직했던 우리은행 본점은 물론 성남금융센터·삼성기업영업본부 등도 포함됐다. 또 앞서 1월께 박 전 특검의 딸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이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하던 2014년 부국증권 배제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청탁하는 대가로 50억 원을 받기로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박 전 특검의 딸은 2019년 9월~2021년 2월 화천대유에서 일하면서 11억 원을 빌렸다. 박 전 특검 측은 정상적인 대출(연이율 4.6%, 3년 기한)로 회사 회계장부상 대여금으로 처리되고 차용증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50억 클럽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상한 거래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박 전 특검의 딸에 대해서는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음으로써 8억 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국정농단 특검에서 특검보로 박 전 특검과 손발을 맞춘 양 변호사는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대장동 일당이 그를 영입한 것을 두고 ‘신의 한수’라고 언급한 인물이다.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민간업자와의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참고인 조사를 거쳐 박 전 특검과 양 변호사 등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박 전 특검이 약속 받은 뒷돈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50억 원보다 클 가능성도 수사할 방침이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뒷북 수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의 1심 선고가 내려지고도 두 달 가까이 강제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김수남 전 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한 수사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국회에서는 이날 ‘50억 원 클럽 특검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는 등 본격화 국면에 돌입했다. 검찰이 ‘법원의 영장 발부 후 곧바로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밝히고 있으나 법조계 안팎에서 ‘특검법 추진에 떠밀려 수사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정된 인력으로 대장동 의혹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며 “대장동 사업자, 금융기관 관계자를 조사하는 등 다각적 수사를 통해 혐의를 구체화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날 법사위에서 50억 원 클럽 특검 도입 법안에 대해 “선의가 있다 하더라도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한 점도 유사한 맥락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특검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이 비리의 본질을 밝히는 부분의 수사도 사실상 중단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