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철강·시멘트 등에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도 대응하는 등 친환경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더타임스 등 외신은 영국의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강화 전략을 발표하는 이른바 ‘그린데이’를 하루 앞두고 29일(현지 시간) 리시 수낵(사진) 정부가 탄소 중립 등과 관련된 60여 개의 세부 정책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환경 규제가 느슨한 해외에서 생산된 에너지 집약적 제품에 세금을 매겨 자국 제조 업체를 보호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이 합의한 탄소국경세와 유사한 내용이 담겼으며 특히 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에 가장 먼저 적용될 예정이다.
IRA 대응 대책도 함께 마련됐다. 미국이 IRA에 근거해 북미산 전기자동차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해외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미국의 막대한 친환경 보조금 정책으로 인한 위험에 대응해 국내 투자를 지켜내야 한다”며 적절한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에 대응해 보조금을 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영국이 투자하기에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기후 대응보다는 국가마다 상이한 친환경 정책 속에서 자국 기업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게 이번 정책의 취지라는 것이 외신의 평가다. 이밖에 2030년까지 에너지 사용을 15% 절감하기 위해 중간 소득 가구에 주택 에너지 효율화 비용을 지원하는 방침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영국 고등법원이 당초 제시된 탄소 중립 시나리오 정책이 모호해 기후변화대응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함에 따라 이뤄졌다. 당시 법원과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 측은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에 이달 말까지 실행 가능한 구체적 방안을 담아 정책을 갱신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