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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코어 서비스 0.3%로 하락”…“침체 전 2분기 증시 괜찮을 수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4일 뉴욕주 법원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4일 뉴욕주 법원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AFP연합뉴스




3월의 마지막 날인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은행 쪽에서 나쁜 소식이 없고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1.74%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44%, 1.26% 뛰었는데요.

나스닥은 1분기에 16% 넘게 올라 2020년 이후 최고의 분기를 보냈습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연 3.47%까지 내려갔고, 2년 물은 4.02% 까지 떨어졌는데요.



3월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 최종치도 하락하면서 투자 심리에 도움이 됐죠. 전날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뉴욕주 지방법원에 출석해 정치 탄압을 거론하며 “무죄(Not Guilty)”를 주장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사건에 “노 코멘트”라고만 했습니다. 종목별로는 1분기 차량 인도 발표를 앞둔 테슬라가 6.24% 뛰었죠. 오늘은 PCE와 기준금리, 은행 위기, 증시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PCE 슈퍼코어 서비스 1월 0.6%→2월 0.3%”…“콜린스, 좋은 소식이나 할 일 많이 남아”


우선 이날 나온 2월 PCE부터 보시죠. 2월 PCE 물가 지수가 전월 대비 0.3% 증가한 것으로 나왔는데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와 같았습니다.

전년비는 5.0%로 월가 전망치(5.1%)를 밑돌았는데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PCE의 경우 한 달 전 대비 0.3%, 1년 전과 비교하면 4.6%였습니다. 시장 예상치는 각각 0.4%, 4.7%였죠. 전체적으로 예상에 부합하거나 약간 낮았는데요.

2월 PCE의 경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중시하는 슈퍼코어 서비스 물가(근원 서비스-주택) 상승률도 떨어졌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0.6%였던 전월 대비 초근원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2월에 0.3%를 기록했습니다. 제프리 로치 LPL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추세가 투자자들에게는 고무적”이라며 “연말까지는 인플레이션이 4%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는데요.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에서도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1년 뒤의 물가를 점치는 인플레이션 기대 3월 최종치가 당초 3.8%에서 3.6%로 0.2%포인트(p) 더 내려갔는데요. 거의 2년 만의 최저치입니다. 5년 이상은 2.8%에서 2.9%로 소폭 상승했지만 최근 수치인 2.9~3.1%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전체적인 숫자가 높습니다. 전월 대비 0.3%라는 건 1년 기준으로 3.6% 추세죠. 슈퍼코어 서비스와 견고한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PCE만으로는 연준의 긴축 경로를 바꿀 수준의 데이터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PCE 물가지수 추이PCE 물가지수 추이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에 “PCE는 대략 예상 수준이었고 어느 정도 긍정적인 뉴스가 있었다”면서도 “한 달은 지속적인 변화를 얘기해주지 않는다. 2월에 약간 떨어졌더라도 지난해 12월과 1월 수치가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많은 진전이 아니며 할 일이 더 많이 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소비도 둔화하고 있으나 아직은 버티고 있는데요. 2월 개인소비지출이 전월 대비 0.2% 증가해 예상치(0.3%)보다 낮았지만 1월 수치가 기존의 1.8%에서 2.0%로 상향 조정됐는데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0.1%로 월가 전망과 같았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2월 비농업 일자리가 31만1000개 증가한 데다 3월에도 24만 개(최저 15만~최고 30만)가 예상됩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며 “이 부분은 보통 금리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으며 연준에는 큰 도전”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소비는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가계가 2월에 소비를 약간 늘렸는데 이는 3월의 은행권 혼란을 앞두고 경제 모멘텀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데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이날 “그 효과와 지속 기간은 불분명하지만 은행권의 일부 스트레스가 기업과 가계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최고의 관심사이지만 은행 문제가 성장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장은 생각이 다릅니다. CME 페드워치를 보면 이날 오후3시32분 현재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52.2%로 0.25%p 인상(47.8%)보다 많은데요.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PCE 발표(오전8시30분) 직전 4.16%에서 4.08%로 급락했고, 3.5%를 넘었던 10년 물 국채금리 역시 수치 공개 후 3.3%로 하락했습니다.

“빨간불 노란불로 바뀌었으나 ①유동성→자본 문제 ②금융→경제 전염”…“JP모건, 9월 금리 인하 경기 침체 불가피”


밥 미쉘 JP모건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9월에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고 짚어서 얘기합니다.

그는 이날 “나는 2분기에 위험자산 랠리가 있을 것으로 본다. 2008년을 보면 2분기에 시장이 좋았고 주식이 15~20% 올랐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2008년 7월에 금리를 올리기도 했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올해 2분기에도)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리고 나서 현실이 다가올 것이고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며 “9월부터 연준이 금리를 낮출 것이며 연말께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2008년 3월16일 JP모건이 위기의 베어스턴스를 인수했습니다. 나스닥만 놓고 보면 당시 2177 수준이었던 지수가 2008년 6월5일에는 2549.9까지 뛰었는데요. 그 뒤 11월에 1316까지 폭락했죠.

밥 미쉘은 “금리인상뿐만 아니라 양적긴축(QT)도 하고 있다”며 누적 효과가 연말께 경기침체로 터져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건데요. 그 전인 2분기에는 반짝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도 미국 경제가 위험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데요. 그는 이날 이탈리아 체르노비오에서 블룸버그TV와 한 인터뷰에서 “은행은 신뢰가 기반이다. 신뢰가 사라지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며 “좋은 소식은 빨간불이 노란불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유동성 문제에서 자본 문제로, 금융 전염에서 경제 전염으로 넘어갔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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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나스닥 지수 추이. 세인트루이스 연은2008년 나스닥 지수 추이. 세인트루이스 연은


엘 에리언은 은행 위기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과 그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데요. 일단 미국이든 유럽이든 은행의 유동성 문제는 잦아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23일부터 29일까지 미국 금융권이 연준에 대한 미상환 차입금이 1526억 달러로 전주보다 6.9% 줄었는데요. 지역 연은의 재할인창구를 통한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102억 달러에서 882억 달러로 20%나 감소했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 18일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결국 증자와 자본 확충이 이슈”라는 분석과 같은 얘기인데요. 오늘내일이 아닌 서서히 드러나는 문제라는 거죠. 금융 전염이 경제 전염으로 넘어갔다는 것도 유동성 붕괴는 막았으나 위기에 흔들린 은행들의 대출이 줄면서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두고두고 일어날 것이라는 말인데요.

엘 에리언은 “2008년에는 갑자기 멈춰섰지만 이번 위기는 2008년과 다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3분기나 4분기 때 나타날 수 있으며 오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말한 빨간불이 노란불로 바뀌었다는 말의 의미는 긴급성이라는 측면에서 덜해졌다는 것이지 사안의 심각성이 크게 감소했다는 의미는 아닌데요. 정리하면, 앞으로는 △은행권의 자본문제(수익성 포함) △대출감소에 따른 경기침체(경제 전염) 가능성 △위기 확산의 느린 속도 이 세가지를 중점적으로 봐야겠습니다.

추가로 엘 에리언은 “지금 상황에서 최악은 크레디트 이슈를 이유로 금리를 낮추는 것”이라며 “그때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과 금융안정 문제를 함께 겪게 될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말처럼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타깃으로 하고 나머지 모든 도구는 금융안정을 위해 쓰면 된다”고 경고했는데요.

“서머스, 은행 위기 종료 판단 너무 일러” …“캐신, 지금은 안도랠리 작년 10월 최저점 재시험 가능성 20~25%”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지진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때 마지막이었다고 확신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뱅크런이 반복될 가능성은 50% 미만이지만 신용 리스크를 일으킬 다른 사고가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대출 축소가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부실 대출이 더 많은 여신 감소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갈지가 핵심이다. 이 같은 것들을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은행 문제로 경제가 상당히 심하게 주저앉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는데요.

인플레이션에 관한 한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생각도 비슷하죠. 그는 “만약 은행 시스템의 혼란이 크게 확산한다면 금리인상을 중단하는 게 적절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결국 더 높은 금리가 필요로 하는데 금리인상을 중단하면 나중에 더 높은 금리로 시장을 놀라게 하고 금융시장을 해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별도로 그림자 금융에 대한 문제 제기도 계속 나오는데요. 그림자 금융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비은행 금융사나 금융상품을 뜻하는데요. 각종 펀드나 신탁, 자산유동화 상품을 의미합니다.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항상 어떤 악(문제)이 다가오고 있는지 걱정해야 한다”며 “그림자 금융은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걱정스러우며 미국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요.

핌코의 글로벌 전략가 진 프리다는 “미국 정부가 은행 예금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경계 수위를 높인 채 바라보고 있다고 본다”고 걱정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대부분의 은행은 채권보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수익성 압박은 커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은행들이 쓸어담은 채권 중에는 10년 만기 금리가 0.6%인 것도 있다”고 전했는데요.

약세와 강세를 점치는 개인투자자협회 조사 결과약세와 강세를 점치는 개인투자자협회 조사 결과


미 경제 방송 CNBC는 CIO와 전략가 등 400명을 대상으로 한 ‘CNBC 딜리버링 알파 서베이’ 결과를 이날 공개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8%가 S&P500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답했는데요. ‘바닥에 가깝다’는 응답과 ‘랠리의 시작’이라는 답은 각각 16%였습니다.

올해 시장의 가장 큰 위험을 묻는 질문에는 35%가 ‘연준의 정책 실수'를 첫손에 꼽았는데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32%)’과 ‘은행 위기 확대(23%)’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현재 자금 피난처(safe haven·세이프 헤븐)는 현금(59%)과 채권(22%), 금(16%), 암호화폐(3%) 순이었는데요. 부동산은 0%였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투자&ETF 전략가인 재러드 우다드는 “현금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했죠.

그럼에도 당분간 주식 강세를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요. 앞서 소개드린 JP모건자산운용의 밥 미쉘처럼 골드만삭스의 스콧 루브너는 “자신감 있게 거래를 하기에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4월 주식은 강세”라며 “매도 포지션이 너무 많고 위험노출가치(VAR)가 너무 낮다”고 했죠.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디렉터는 “지금 상황은 어느 정도 안도랠리다. 이제 계절적으로 가장 강한 4월로 들어간다”며 “지난해 10월 최저점을 다시 시험할 확률은 20~25%”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위험이 여전하다는 이들도 있는데요. US뱅크 자산운용의 CIO 에릭 프리드먼은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나아졌다”면서도 “아직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에 따르면 29일 기준 6개월 뒤의 증시 상황에 대해 약세(45.6%)라고 답한 이들이 한 주 전보다 3.3%p 감소한 반면 강세는 1.6%p 늘어난 22.5%라고 하는데요. CNBC는 “낮아졌어도 약세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평균 이상의 비관론은 되레 시장에 위험이 없음을 뜻한다”고 했지만 지진이 끝났는지 알려면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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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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