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김여정, 젤렌스키에 "美 핵우산 기대봤자 참화 자초” 맹비난

또 러시아 일방지지 담화…우크라 핵무장 움직임 견제

'美 확장억제 통해 북핵 대응' 南정책 우회 비판 분석도

연합뉴스연합뉴스




김여정(사진)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젤렌스키 당국이 이미 구멍이 숭숭 뚫린 미국의 핵우산 밑에 들어서야만 러시아의 강력한 불벼락을 피할 수 있다고 타산하였다면 그들은 분명코 잘못된 길, 마지막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1일 김 부부장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핵무기 반입 등 군사적 지원만 고대하며 '핵 참화'를 자초하고 있다고 이와 같이 말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겨냥해 김 부부장은 "2022년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젤렌스키가 자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회복할 입장을 밝힌 것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공식 인물들이 여러 계기들에 자기의 핵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부다페스트 각서' 이행을 논의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할 것을 촉구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12월7일 미국, 영국, 러시아 등과 '부다페스트 각서'를 체결하고 당시 세계 3위 규모였던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영토의 안전성과 독립적 주권을 보장받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김 부부장은 또 최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미국산 핵무기 배치 또는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호소문이 게재됐다면서 "주민들의 의사 표명이라는 그럴 듯한 외피를 씌웠지만 그것이 젤렌스키 당국의 음흉한 정치적 모략의 산물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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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홈페이지에 '전자청원' 코너를 운영하며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데 여기에 핵무장과 관련한 청원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러시아를 타승할 수 있다는 치유불능의 과대망상증에 걸린 우크라이나 당국이 뒷일을 내다볼 초보적인 의식도, 그 후과(결과)를 감당할 아무러한 능력도 없이 자기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참화를 자초하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이어 "젤렌스키가 미국의 핵무기 반입이요, 자체 핵개발이요 하면서 떠들어대고 있는 것은 자기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가지고 도박을 해서라도 어떻게 하나 자기의 잔명을 부지해보려는 매우 위험한 정치적 야욕의 발현"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눈만 뜨면 상전을 쳐다보고 입만 벌리면 구걸과 청탁의 염불을 외우는 젤렌스키 당국은 애당초 러시아의 상대가 되지 못하며 그들이 지금처럼 핵 망상에 집념하다가는 오히려 러시아의 핵 조준권 안에서 보다 선명한 목표가 될 것"이라고 조롱했다.

또 "미국을 하내비(할아버지)처럼 섬기며 상전의 허약한 약속을 맹신하고 있는 앞잡이들은 핵 시한탄을 뒷잔등에 매달아 놓는 자멸적인 핵 망상에서 하루빨리 깨여나는 것이 제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최상의 선택으로 된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1월에도 담화를 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규탄하며 "우리는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영토 병합 선언을 적극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외교적 고립을 타파하는 동시에 경제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담화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했지만, 미국의 핵우산에 구멍이 뚫려있다고 비판한 점 등으로 볼 때 미국의 확장억제를 통해 북핵에 대응한다는 남측의 정책도 효과가 없으리라고 우회적으로 주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김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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