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이 동결로 결론 나면서 한국전력의 원가회수율은 70%, 한국가스공사는 62.4%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전의 경우 한전채 발행 없이는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 구매 대금도 못 치를 만큼 경영난이 심각하다. 한전채 발행량 급증은 회사채 시장이 다시 경색되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한전의 적자가 5조 원을 넘을 경우 내년부터는 추가 채권 발행 자체가 제한돼 빚을 내 급전을 융통하는 일도 불가능해진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재하는 ‘에너지 공기업 긴급 경영 상황 점검 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위험성을 보고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31일 당정이 전기·가스요금 인상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 지 이틀 만에 비상 소집됐는데 개최 직전 돌연 취소됐다. 산업부는 3일 이창양 장관이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을 만나려던 일정도 철회했다.
한전은 이날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해 전기를 팔수록 적자가 커지고 있다”며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집중 피력할 방침이었다. 요금 정상화가 지연되면 국내 금융시장 불안 심화, 실물경제 악화, 전력 생태계 공멸 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경고성 내용이 주를 이뤘다. 여당이 주문한 선제적인 자구 노력과 함께 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다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섣불리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