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민들레 의자

김찬옥

넓은 땅 필요치 않아,



엉덩이 하나 걸칠 자리면 충분하지

보도블록 틈새면 어떻고

아스팔트 갓길이면 어때

겹겹이 접어 온 마음

꽃대 속에 한 톨도 남겨두지 않고



지상을 환하게 밝혀보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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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물다 가야 하는 걸,

모든 걸 버려야만 떠날 수 있는 걸,

앉은 자리 곱게 내어주고

날개옷 한 벌 챙겨 떠날 수 있음 그만이지





민들레야, 움튼 자리에서 평생 살다 가는 꽃아. 발밑에 반짝이는 땅위의 별아. 우리는 뿌리가 없어서 정처 없이 떠돈단다. 여기 있으면서 저기 있을 수 없지만, 여기 있다가 저기 있고 싶어 별장을 사고 싶단다. 겹겹이 품은 꿈 다 펼치기에 한 생이 너무 짧단다. 잠시 머물 생각 없고 영원히 살고 싶단다. 모든 걸 다 갖고 떵떵거리고 싶단다. 어떻게 피어도 꽃인 민들레야. 어떻게 살아도 짐승이 있단다. 드넓은 영토를 향해 자욱한 씨앗 날리는 민들레야.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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