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BMW, 펜디, 발렌타인, 로렉스…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한 번에 아는 이 브랜드들도 결코 피해가지 못한 관문이 있다. 바로 흑백 아티스트 ‘조슈아 비데스(Joshua Vides)’. 각자 상징성 있는 로고와 색을 구축하고 있지만 이 재기발랄한 아티스트만 만나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일부 내줄 수밖에 없다. 포기는 곧 성공. 정체성을 내준 협업은 오히려 정체성을 부각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의류브랜드 ‘CLSC’로 자신만의 디자인 신념 ‘현실을 아이디어로(Reality to Idea)’를 지키고 있는 조슈아 비데스가 이번에는 국내 금융 브랜드 삼성카드와 협업을 시작한다.
조슈아 비데스는 주로 굵은 검은색 라인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하는데 일상의 사물과 공간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트래픽 콘’은 로스앤젤레스의 혼잡한 도로 위에서 운전자들이 끊임없이 차선을 오가며 앞서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기획 됐는데, 옥수수 속대에 교통 선을 그려 넣어 도로 위에서 사람들이 서로 옥수수를 캐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작품은 어느 주차장에 설치됐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SNS)에 게시하면서 입소문을 타게 됐다.
해외 유명 브랜드와 진행하는 플랫스케치 기법은 일상의 사물과 공간을 흑과 백 만으로 표현하는 게 특징이다. 선의 두께와 깊이, 질감, 대비는 다르지만 단순한 드로잉 기법을 활용해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국내에서는 이미 게임 회사 넥슨과 콜라보 경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카드와 조슈아 비데스의 콜라보 브랜드 ‘THE iD.’는 조슈아 비데스가 금융권과 협업한 첫 사례다. 그간 작가가 명품 의류, 운동화, 자동차 등 각 업계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향하는 브랜드와만 협업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삼성카드가 조슈아 비데스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그는 “삼성카드 ‘THE iD.’의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이미지에 매력을 느껴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협업 파트너로 선택했다”며 “이번에는 제품이나 공간을 디자인하는 기존 작업과 다르게 삼성카드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슈아 비데스는 협업과정에서 기존 브랜드 제품을 하얀 도화지로 만들고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가치를 지닌 프리미엄 상품으로 재탄생 시킨다.
조슈아 비데스와 삼성카드가 함께한 콜라보 브랜드캠페인은 지난달 말부터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 빌딩의 옥외 광고판과 극장 상영관, 버스 승강장 등에 공개됐다. 이를 통해 삼성카드는 국내 프리미엄카드 시장에서 뉴럭셔리의 시작을 알린다는 계획이다.